'지면의 인쇄상태 불량, 제목과 기사내용이 맞지 않다, 밝은 기사 적극 발굴 등'.
5월 30일 매일신문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2기 독자위원회 세 번째 회의에서는 초여름 날씨처럼 따가운 비판이 이어졌다. 홍철 위원장(대구가톨릭대 총장)을 대신해 최진근 부위원장(경운대 교수)이 회의를 주재했다. 문진기(삼화실업 대표)'서영학(내일투어 대구지사장)'손창용(대구시의사회 기획이사)'이성곤(농협손해보험 경북총국장)'최정숙(대구YWCA 회장)'홍종호(변호사)'김하민(계명대 방송국장) 독자위원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상훈 편집국장을 비롯해 김해용 편집부국장, 각 부서 데스크들은 독자위원들의 비판을 귀담아들었으며, 칭찬에 대해서도 격려로 생각해 더욱 분발할 것을 다짐했다. 이에 독자위원들은 한발 더 나아가, 독자위원회 회의에서 나온 지적사항 또는 비판에 대해 신문사 차원에서 후속 조치 혹은 개선내용을 다음 회의 시작 전에 알려줄 것을 요구했다.
◆최진근 부위원장, '기사제목, 지나친 속어 걸러달라'
신문은 사회의 거울이다. 신문 만드는 과정도 매일매일 전쟁이라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그럴수록 신문을 만드는 데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사회적인 속어 등은 제목에서 조금씩 걸러줘야 한다. '학벌이 밥 먹여 주더냐?' 등은 보기에 거북하다. 그리고 한두 가지 사안에 관한 기사로 전체를 정리하는 듯한 제목도 자제해야 한다. '해킹 걱정 끝!' 등은 전체적으로 통용될 수 있나를 생각해 볼 문제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매일신문이 주도해 광역 및 기초 지자체의 공약이행 상황을 점검하는 것도 검토해야 할 때인 것 같다.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4대악 척결에 관한 캠페인성 기획기사도 좋을 듯하다.
◆홍종호 독자위원, '사건보도 신중해야'
최근 사건 관련 보도가 사회면에 자주 등장하는데, 강력사건이 자주 보도되면 정서적으로 각박해진다. 범죄 모방성도 신문지면을 통해 알려질 수 있고, 범죄를 부추기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기자의 의도된 추측성 기사가 자주 나온다. 검찰수사 진행 방향에 대해서는 확인된 부분 없이, '이런 방향으로 수사가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라고 기사를 작성해서는 곤란하다. 검사나 변호사의 직책을 밝혀서 정확한 방향을 짚어주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그리고 피의자'피해자의 프라이버시 문제도 있으니, 더욱 신중해야 할 측면도 있다. 앞으로 언론사를 상대로 한 소송은 더 늘어날 것이므로 소송을 당할 경우까지를 대비해야 한다.
동정면의 경우 홍보성이 많은데 어느 기자와 친해서, 신문사와 가까운 인사라고 해서 자주 등장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김하민 독자위원, '봉사사진이 얼굴만 크게 나와'
20일 자 1면에 소개된 '너도나도 자원봉사' 기사가 좋았다. 학생들은 학생다운 방법으로, 유명인들은 유명인답게 봉사하는 모습을 소개하고 있으며, 도표로 봉사 사이트도 잘 정리했다. 하지만 봉사기사 사진에 사람 얼굴만 크게 나와서 아쉬웠다. 봉사하는 모습을 역동적으로 찍어, 좀 더 취지에 맞도록 사진이 들어갔으면 좋겠다.
최근 여대생 피살사건의 경우에는 대구의 사건인데 매일신문이 보다 심층적 보도를 해줬으면 좋겠다. 다른 지역에서는 어떻게 대처를 하고 있는지, 비교해주는 기사도 필요하다. 매일매일 단편보도에 그쳐서는 안 된다.
30일 자 8, 9면에 제목과 소제목에 한자만 8개 이상 나왔는데, 용어에 대한 설명이 잘 되어 있지 않다. 어려운 한자는 대학생들도 잘 모르니, 친절한 설명이 필요하다.
◆서영학 독자위원, '전통시장 살리기 캠페인, 굿!'
'전통시장 살리기 캠페인' 시리즈 기사를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한다. 백화점에서 볼 수 없는 부분을 전통시장에서 찾을 수 있다. 전통시장에 가면 3천원짜리 맛있는 보리밥'칼국숫집이 구석구석 많으며, 싸고 좋은 구제옷이 깔려 있다. 일반 시민들이 모르는 전통시장 내 맛집'옷집 등을 찾아다니며, 알려주면 전통시장 살리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요즘은 전통시장도 주차 시설이 잘 되어 있는 곳도 많다.
일반 시민들이 모르는 밥집, 먹거리, 볼거리를 찾아내 소개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 캐릭터 대전 기사는 지자체들이 캐릭터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지역 특색을 살리겠다는 의도에 비해 홍보 효과가 떨어진다는 내용을 잘 비판했다.
◆문진기 독자위원, '달성공원 호랑이 기사, 눈길 확'
'20대도 노숙자 시대'는 우리 사회의 단편을 알 수 있는 좋은 보도다. 40대 이상만 노숙자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세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이 됐다. 달성공원 호랑이가 새끼를 잃고, 쇠파이프를 부둥켜안고 있는 사진도 1면에 시원하게 배치돼, 눈길을 끌었다. 대구도시철도공사 3호선의 문제점을 다룬 기사도 매일신문만이 할 수 있는 좋은 기사라 생각한다.
◆이성곤 독자위원, '기사 내용과 제목이 맞지 않아'
8일 자에 햇과일, 우리 농산물 사진이 많이 나왔다. 지난 회의 때 해외 농산물 사진이 자주 등장하는 것에 대해 지적했는데, 곧바로 개선된 것 같아 흐뭇하다. 매일신문에 이렇게 났다고 지역 농가에 홍보하고 있다.
'버스로 그리는 경북스케치' 시리즈는 독자들이 보고, 경북 관내 오지를 주말에 한 번쯤 여행하고픈 욕구를 자극한다. 잘 가보기 어려운 곳을 구석구석 잘 소개하고 있다.
21일 자 동정면 기사에는 제목과 기사내용이 맞지 않았다. 1일 20㎞를 걸었다고 나오는데, 계산상 12일간 480㎞를 갈 수가 없다. 한 번 더 주의를 기울여줬으면 한다.
◆최정숙 독자위원, '신문 디자인이 깔끔하지 않아'
신문지면이 깔끔하지 않다. 4가지 컬러가 섞여 신문이 만들어지는데,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보기에 좋지 않다. 사진이나 그래픽도 선명도가 떨어진다. 기계가 노후한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화상 또는 인쇄의 정밀도에 조금 더 신경을 쓰면 좋아질 수 있다. 30일 자 신문은 선명도 부분에서 아주 심할 정도로 좋지 않다. 그래픽도 잘 처리하면 좋은데, 오히려 묻히도록 지면에 배치했다.
광고 역시 전면 또는 5단 광고 사이즈가 많은데, 더 다채로운 광고 사이즈의 등장도 신문사 차원에서 시도해야 한다. 그러면 좀 더 눈길을 끄는 광고가 나올 수 있다.
◆손창용 독자위원, '신문이 나서 해결방안까지'
대구지하철 참사 보상문제를 다룬 기사는 기자가 해결되는 과정까지 주도적으로 보도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언론이 나서서 해당 기관에 압력을 줘야 해결의 의지를 갖게 한다. 언론이 물고 늘어져야 한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는 언론이 앞장서지 않으면 누가 하겠나?
'같은 하늘 아래 너무 다른 대구'는 수준급의 기사였다. 기사 내용들이 과학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하고 있다. 논문 수준의 깊이 있는 기사라고 생각한다.
독자위원들의 매서운 지적에 대해 김해용 편집부국장은 "독자의 눈높이도 다르고, 다양한 요구가 있지만 가이드라인은 없다. 그날그날 수많은 고민을 거쳐 지면을 꾸린다"며 "독자위원들의 비판과 지적 사항에 대해 감사드리고, 구성원들의 역량을 결집해 개선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리=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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