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에세이 산책] 맥주 한 잔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 가
  • 가

맥주 한 잔

 

맥주 한잔을 즐기는 편이다. 상황에 따라 다른 술을 마실 때도 있지만, 불현듯 간절히 한잔 하고 싶을 때는 맥주가 단연 으뜸이다. 신혼 때 어느 순간, 간절히 맥주가 한잔 마시고 싶어 혼자서 캔을 뜯은 일이 있었다. 딱 한 잔만 마시고 나머지를 책으로 잘 덮어 놓았는데, 나중에 보니 못쓰게 되고 말았다. 그 후로는 누군가를 붙들고 함께 마시게 되었다. 대상이 아들일 때도 있었다.

아들이 고 3때 야간자습 후 집으로 데리고 오던 중 포장집에서 맥주 딱 한 잔만 하고 싶었다. 아들에게 맛있는 냄비우동을 사준다고 유혹하여, 포장집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우동 한 그릇에 맥주도 한 병 시켰다. 그 한 잔이 얼마나 맛이 있던지! 남은 술은 아들이 마시고 기분 좋게 집으로 들어왔는데, 옷을 벗던 아들이 빙긋 웃으며 엄마는 내일 모의고사를 봐야 하는 아들한테 술을 먹였다고 흉을 봤다.

비록 맥주 한 잔이라도 취향이다 보니 나름대로 기준 비슷한 것도 있다. 그 첫째가 맥주잔이다. 맥주를 시킬 때 '깜짝 놀랄 만큼 차가운' 술을 주문하는데, 잔도 역시 차가운 것을 원한다. 단골집에서 주는 살얼음이 살짝 낀 차가운 잔을 보면 기분까지 짜릿하여 술맛도 좋다.

지난달에는 친구들과 셋이서 해외여행을 가게 되었다. 비행기 안에서 마실 것을 제공하는데 생수와 몇 가지의 주스 옆에 놓인 캔 맥주가 눈에 들어왔다. 순간 호텔에 가서 냉장고에 넣었다가 샤워 후 한잔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스 대신 캔 맥주 하나를 받았다. 그것을 보던 두 친구도 캔 맥주를 하나씩 챙겼다. 받고 보니 보관방법이 애매했다. 주머니에 넣었다가, 가방에 넣었다가 제법 분주했다.

문득 한 친구가 '기내 음식을 밖으로는 못 가져갈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참으로 현명하고 올바른 지적이었으나 우리는 갑자기 복잡해졌다. 챙긴 맥주를 어떻게 돌려줄 것인가. 무어라고 설명하며 돌려줄 것인가. 다른 친구가 '사실대로' 말하자고 제안했다. 사실대로 어떻게? 숨기고 나가서 호텔로 가져가려 했다고? 궁리 끝에 우리는 설명을 하지 않기로 했다. 스튜어디스가 지나가자 조용히 맥주를 돌려주었다. 애매한 미소를 지으면서.

잠시 후 스튜어디스가 맥주 3캔을 다시 가져다주었다. 차가운 걸로 바꿔달라고 이해한 모양이었다. 만지작거리다가 따뜻해져 버린 아까 것과는 달리 '깜짝 놀랄 만큼' 차가운 맥주였다. 안주용인지 땅콩도 조금씩 나누어 주었다. 우리는 은밀한 미소를 교환하며 건배를 나누었다. 세상에는 이런 오해도 있는 것을…. 맥주는 크리스털처럼 차갑고 맛이 있었다.

小珍/에세이 아카데미 강사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영화 '암살자(들)'과 관련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편지 공개를 제안한 가운데, 유영하 의원은 편지 공개의 경위를 설...
대구와 경북 지역의 농지의 4분의 1 이상이 외지인 소유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경북은 전남과 충남에 이어 외지인 소유 면적이 세 번째로 큰 ...
성경환 전 한국정책방송원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여성 편력과 관련된 사건들을 소재로 한 영화 제작을 제안하며, 과거 사건들이 잘 알려지지 않...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