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의 오승환 선수가 던지는 공은 마치 돌이 날아오는 것처럼 묵직하게 느껴진다 하여 '돌직구'라고 부른다. '돌직구'라는 것은 야구 용어로 말하면 직구 중에서도 공에 투수의 체중이 제대로 실리고 회전이 많이 걸려 위력이 더해진 '하드 포심 패스트볼'을 말한다. '하드 포심 패스트볼'이라고 하면 야구의 규칙이나 기술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마치 인문대생이 우주상수 계산 방정식 수업을 듣는 것처럼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돌직구'라고 하면 포수 미트에 팍팍 꽂히는 공의 느낌만 보아도 그 말이 확 와 닿는다. 한가운데로 꽂아 넣어도 타자들의 방망이가 연신 헛돌고, 쳐도 멀리 뻗지 않으며, 조금만 중심에 맞지 않아도 방망이가 부러지는 것을 보면 정말로 공이 아니라 돌을 던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요즘에는 이 '돌직구'가 비유적인 의미로 확장되면서 모두가 말하기를 꺼리는 말이나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해서 잘 하지 못하는 말을 거침없이 할 때, 흔히 '돌직구를 던졌다'는 식으로 표현한다. '돌직구를 던지다'는 말은 그냥 '직설적으로 말하다'는 것에다 듣는 상대가 어렵게 느낀다는 의미가 더해지기 때문에 상황을 더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말에는 의사소통의 본질에 대한 예리한 통찰이 들어 있다. 대화라는 것은 서로 주고받는 상호작용의 과정이다.
즉 야구로 치면 던지고 받아치는 과정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보통의 말이라면 쉽게 받아칠 수도 있는데, 야구에서의 '돌직구'가 그렇듯 '돌직구와 같은 말'도 받아쳐서 답변하기가 매우 어렵다. 처음 그 말을 쓴 사람이 그런 것까지 생각해서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돌직구'라는 말 하나로 의사소통의 상황을 쉬우면서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일상생활에서 '돌직구'를 던지는 것은 매우 조심해야 할 일이다. 방송에서 김구라 씨가 거침없이 하는 말은 교과서에 충실하고 예습복습 철저히 했다는 수석합격자의 이야기와 같은 하나 마나 한 빤한 이야기와 달리 흥미를 유발하고 몰입하게 한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위태위태해 보인다.
예전에 '짝'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여자들에게 '왜 나를 선택 안 했느냐?' '화장 지우니까 얼굴이 많이 달라 보인다.' 이런 말을 거침없이 해서 '돌직구남'이라고 불린 출연자가 있었다. 그 돌직구남이 우리에게 준 교훈은 아무리 좋은 대학을 나오고, 좋은 직장을 가지고 있어도 돌직구를 함부로 던지다가는 (잘 생기지 않은 이상) 혼자 도시락을 먹는 운명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세상에는 돌직구를 던져야 할 필요도 있지만, 스트라이크 존을 많이 벗어난 것처럼 보이다가 제대로 들어오는 '변화구'나, 쉽게 받아칠 수 있는 것처럼 보여서 헛스윙이나 병살타를 유도하는 '유인구'와 같은 말도 적절하게 사용할 필요가 있다.
민송기<능인고 교사·chamt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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