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른쪽 다리 의족한 채 보훈가족에 헌신 봉사…김영복씨

하루 50~100명 접수·부축 도와

대구보훈병원 안내봉사를 하는 국가유공자 김영복 씨가 환자를 휠체어에 태워 진료과로 안내해주고 있다.
대구보훈병원 안내봉사를 하는 국가유공자 김영복 씨가 환자를 휠체어에 태워 진료과로 안내해주고 있다.

"꽃다운 나이에 국방의 의무를 다하다 다리를 잃었지만, 국가의 도움으로 반듯한 삶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남은 인생은 국가로부터 받은 은혜를 조금이라도 갚아나가며 살고 싶습니다."

대구보훈병원 1층 현관 안내데스크에는 호국보훈의 달을 되새길 만한 미소친절 국가유공자 안내봉사자가 있다. 주인공은 김영복(68) 씨. 그는 매주 화요일 오전이면 노란 조끼를 입고 병원을 찾는 어르신들에게 환한 웃음으로 안내봉사를 하고 있다.

김 씨는 1970년 철원 비무장지대 경계초소 근무 중에 지뢰를 잘못 밟아 오른쪽 다리를 잃고 의족에 의지한 채 살아가고 있다. 계명대 동산병원에서 33년간 경비 일을 하다 정년퇴직한 그는 2007년부터 대구보훈병원 안내데스크에서 6년째 안내 봉사를 자처하고 있는 것. 그는 보훈병원 안에 있는 내과, 재활과, 안과, 이비인후과, 신경과 등 20개 진료과가 어디 있는지, 무슨 진료를 하는지 훤히 꿰뚫고 있을 만큼 베테랑 안내자다. 대구 동구 효목동에 살고 있는 그는 봉사하는 날엔 시내버스~지하철~순환버스를 번갈아 타고 무려 1시간 넘게 걸리는 상인동 보훈병원으로 달려온다.

"보훈병원을 찾는 어르신들은 대부분 참전용사나 상이군경으로 나이가 많은 고령자이에요. 귀가 어둡고 몸이 불편해서 안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거든요."

그가 안내데스크에서 오전 동안 안내하는 환자는 50~100명 정도다. 안내 시간 내내 서서 있는 그는 환자들의 원무과 서류 접수부터 각 진료과 안내, 환자 부축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거동이 어려운 환자가 오면 휠체어에 태워 직접 밀어주면서 진료과로 동행하는 일도 마다치 않는다. 또 퇴원 환자에게는 택시를 잡아 태워주는 친절함도 엿볼 수 있다. 전화기를 안 가지고 온 어르신에게는 본인의 휴대전화를 빌려줘 전화통화를 돕기까지 한다.

"한 번은 병원을 방문한 어르신이 지갑을 잃어버려 차비를 빌려준 적이 있어요. 꼭 받는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 환자가 다음에 병원에 오는 길에 빌린 돈을 주지 않겠어요? 정말 고맙기만 했어요."

그의 신조는 '웃으며 살자'이다. 웃으면 나라를 위해 헌신한 보훈 가족들에게 마음의 고통을 잠시 잊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다. 오랫동안 안내봉사를 하다 보니 웬만한 환자는 얼굴을 서로 터고 지낸다. 그래서 환자들도 그를 보면 "반갑다"고 인사를 할 정도다. 안내 베테랑이다 보니 병원 신참 안내봉사자 오리엔테이션도 그의 몫이 됐다. 그의 안내봉사는 보훈병원에서만 1천500시간 육박하고 동산병원에서도 1천400시간을 했다.

"이렇게 다리를 잃긴 했지만, 더 나아가 목숨을 잃더라도 나라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라가 있고 나서야 국민이 있습니다. 국민이 아니면 누가 나라를 지키겠습니까." 그의 나라 사랑은 가슴 깊이 파고들었다. 그는 하루라도 약을 안 먹으면 살 수 없다. 피부약, 신경과약, 혈압약, 전립선약 등 약을 달고 산다. 피부약은 5년째 복용하고 안 먹으면 피부에 두드러기가 생겨 고통스럽다. 그는 선행으로 보건복지부장관상을 두 차례 수상했다.

"보훈 가족을 위해 힘이 닿는 데까지 안내봉사를 할 생각입니다. 그게 내 인생의 의무고 최고 행복입니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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