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쟁터에서 우린, 자본을 위해 피 흘리며 싸웠다

전쟁은 사기다

전쟁을 통해 미국 기업들이 부당 이득을 취하고 있음을 비판하는 책 '전쟁은 사기다'가 출간됐다. 책은 지은이의 참전사이자, 반전평화활동 기록물인 동시에 전쟁의 추악함을 지적하는 고발서라고 할 수 있다.

지은이 스메들리 버틀러는 고등학생이던 1898년 미국이 스페인과 치른 전쟁에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1차 세계대전까지 121회 전투에 참여했다. 미국 해병대 최고 훈장인 브레빗 훈장을 비롯해 미국 의회 명예훈장을 두 번 받았다. 1차 세계대전 당시 해병대 최고 계급인 소장에 올랐으나 당시 미국과 친했던 이탈리아에 대한 반파시즘 언행이 빌미가 되어 1931년 퇴역했다. 이후 미국 전역을 돌며 1천200회에 걸쳐 반전 연설을 하는 등 평화운동을 펼쳤다. '전쟁은 사기다'는 자신의 연설을 보강해 1935년에 지은 책으로 20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반전 클래식으로 꼽힌다.

지은이는 미국의 전쟁을 '방어를 위한 전쟁이 아니라, 기업의 이익을 위한 전쟁'이라고 규정한다. 그는 평생 군인이었던 경험을 토대로, 애국심과 영웅심으로 포장된 전쟁의 이면을 고발한다.

'전쟁은 사기다'는 '군산복합체'의 실체를 처음으로 밝힌 책으로 알려져 있다. 버틀러는 1931년 11월 발행된 사회주의 잡지 '커먼센스'에 기고한 글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다른 나라가 싸우러 오면 당연히 우리도 싸우면 된다. 그런데 미국은 이런 문제를 지니고 있다. 기업들이 우리나라 안에서는 이득을 6%밖에 올리지 못하자 외국으로 진출해 100%이득을 올리려고 한다. 그러면 정부가 기업을 따르게 되고 군인은 정부를 따르게 된다. 나는 다시는 은행의 비열한 투자를 보호하는 전쟁 따위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싸워야 하는 경우는 딱 두 가지밖에 없다. 하나는 조국을 지키기 위한 전쟁이고, 다른 하나는 헌법상의 기본 원칙을 지키는 전쟁이다. (중략) 나는 33년 4개월 동안 가장 역동적인 군대인 해병대에서 복무했다. (중략) 그런데 그 기간의 대부분을 빅비즈니스(지금의 대기업/옮긴이)와 월스트리트의 은행을 위해 일하는 고위 폭력배로 보냈다. 요컨대 나는 자본주의를 위해 일한 사기꾼이자 폭력배였다.'

지은이는 자신이 1914년 멕시코에서 치렀던 작전, 아이티와 쿠바에서 치렀던 작전, 중앙 아메리카 6개국에서 치렀던 작전 등이 미국 정유회사와 내셔널 시티 은행, 월스트리트의 자본가들을 위한 전쟁이었다고 말한다. 또 1909년부터 12년까지 니카라과에서 펼쳤던 작전은 브라운 브라더스 다국적 은행을 위한 것이었으며, 1916년 도미니카 공화국에 총구를 들이댔던 것은 미국 설탕제조사를 위한 행위였다고 고백한다.

버틀러는 이외에도 많은 예를 들면서 "돌아보면, 내가 알 카포네(1899년~1947년 갱 두목)에게 몇 가지 힌트를 줬는지도 모르겠다. 그가 3개 구역(시카고)을 누비면서 사기를 쳤다면, 나는 3개 대륙을 누비며 사기를 쳤다"고 고백한다.

그는 미국이 아메리카 인디언, 필리핀인, 멕시코인에게 행했던 행위는 일본인이 만주에서 벌인 군사행위나 무솔리니가 아프리카를 공격한 행위와 다를 바가 전혀 없다고 말한다. 버틀러는 그러나 전쟁자체를 거부하자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그는 군사력을 자국 방어용으로만 제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실제로 일본의 미국 서해안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의 염려는 현실이 되었고, 미국은 일본과 태평양 전쟁을 치렀다.

반전과 평화, 자기방어수준의 무력을 외치는 지은이의 주장은 설득력 있다. 특히 강대국 미국의 전쟁이 주로 이익을 위한 침략전쟁이었다는 점에서 그의 주장은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강대국은 언제나 약소국을 넘본다는 현실을 고려하면 반전과 평화, 자기영토 방어에 국한하는 무력이 얼마나 현실적 설득력을 가질 지는 의문이다. 강대국은 자기영토를 넘어서야 할 만큼 거대한 소비욕구에 시달리고, 약소국은 자기 영토조차 짊어질 힘이 없으니 말이다.

144쪽, 1만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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