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금주의 정치 이슈] 전·현 정부 '4대강 감사' 격돌

매번 다른 감사원 감사…'정치·코드감사' 의혹

이명박정부가 한반도 대운하 재추진을 염두에 두고 4대강 사업을 추진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의 파장이 증폭되고 있다. 청와대가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비판하고 민주당도 국정조사까지 주장하자,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11일 성명을 내고 공식 대응에 나섰다. 일부에서는 감사원이 지난 세 차례에 걸친 4대강 감사가 매번 다른 결과를 내놨다며 의혹을 내비치고 있다.

◆매번 다른 감사 결과

MB정부의 4대강 사업과 관련해 감사원은 지금까지 세 차례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2010년과 2012년에 이어 이달 10일 세 번째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와 관련, 이 전 대통령 측은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매번 달랐다는 점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감사 결과의 '순도'에 의구심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재오'조해진 의원 등 친이계 새누리당 의원들은 '정치감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권이 바뀌자 '입맛'에 맞는 맞춤형 뒷북 감사를 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실제 감사원이 2010년 시행한 '4대강 살리기 세부계획 수립 및 이행실태'에 관한 감사 결과에서는 4대강 예비 타당성 조사, 환경영향평가, 문화재 조사가 모두 절차대로 이행돼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시는 이명박정부가 4대강 사업 계획을 확정하고, 예산을 투입해 한창 공사를 진행하던 시기였다.

그런데 정권 교체를 눈앞에 둔 지난해 감사 결과에서는 문제점이 무더기로 쏟아졌다. 감사원이 올해 1월 공개한 '4대강 살리기 사업 주요 시설물 품질과 수질 관리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에서 설계 부실로 인한 보(洑)의 내구성 약화와 수질악화 우려 등 4대강 사업은 부실투성이였다고 지적한 것이다. 결국, MB정부 말기인 당시의 국토부와 환경부가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정면으로 치고받는 이례적인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어 이달 10일 발표된 '4대강 살리기 사업 설계'시공일괄입찰 등 주요계약 집행실태' 감사 결과에서는 강도가 더 세졌다. 당시 MB정부가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4대강 사업을 추진한 탓에 사실상 담합을 방조하고, 유지관리 비용 증가와 수질관리 곤란 등의 부작용을 유발했다고 결론 내린 것이다.

◆MB정부 인사의 조직적 대응

4대강 사업은 사실상 대운하를 염두에 둔 사업이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해 MB 측은 양건 감사원장 경질과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을 비난하는 등 조직적인 반격에 나섰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매번 다른 결론을 내고, 갈수록 수위를 높이는 점과 관련, MB정부 당시 청와대 참모를 지냈던 한 인사는 "앞선 4대강 감사에서는 아무런 얘기가 없다가 갑자기 이렇게 나온 것은 '정치'코드감사'가 아니고 무엇이겠느냐"면서 "대운하 사업을 지시한 것도 아닌데 감사원이 추론을 통해 관계가 있다고 한 것은 직무한계를 넘어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감사원 발표 다음 날인 11일 오전 서울 삼성동 사무실에서 핵심 참모들과 만나 감사 결과를 놓고 대응책을 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공무원들이 물일(물과 관련된 사업)의 특징을 잘 모른다"면서 "(성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좀 걸리고 다른 공사나 사업과는 좀 다르다"는 취지로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 측근들은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해 무대응으로 일관할 경우 자칫 감사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반박에 나서고 있다

박정하 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4대강 살리기는 대운하와 무관하다"면서 "이 전 대통령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한반도 대운하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정부도 대운하를 전제로 4대강 사업을 추진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이 전 대통령이 퇴임 후 특정 사안에 대해 성명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새누리당 친이계인 조해진 의원도 12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감사원은 해바라기성 감사를 했다. 권력에 비위 맞추는 감사를 했다"며 "특히 감사원이 같은 사안에 대해서 이명박정부 때 입장하고 정권이 바뀌고 난 이후의 입장이 정반대로 나오는 것은 권력에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 정치적으로 기획감사를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맹비난했다.

또 조 의원은 청와대를 향해서도 "청와대에서 그 감사 결과를 믿고 '국민을 속였느니, 나라에 큰 해악을 끼쳤느니' 등의 논평까지 하는 걸 보고서 정말 감사원이 해선 안 될 일을 했다고 판단한다"며 "정권의 비위를 맞추는 그런 기획성 짜맞추기 감사를 해서 감사원이 오히려 국민을 속이고 청와대를 속였다"고 비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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