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주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모디 아직도 하니?" 돈이 되지 않는 대학생 잡지 만드는 걸 계속 하는 저를 가만둘 수 없어(?) 묻습니다. "그거 언제까지 할 건데?" 이제는 '현실적'인 고민을 하고, 자기 돈벌이는 스스로 하는 때가 아니냐는 말과 함께, 역시 저에게 묻습니다.
생각 없는 대답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 질문들에 저는 "아직도 한다"고 답하고, "모르겠다"고 답합니다. 그렇다고 지금과 미래를 고민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지금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 또 내가 해야만 하는 것이 바로 이 일이기에 하고 있을 뿐입니다.
물론 배부른 소리라는 것을 잘 압니다. 당장에 돈도 안 되는, 어쩌면 취업엔 아무런 도움이 되지도 않을 이 일에 대해 불안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주위의 많은 친구는 점점 '현실'을 살아가는 걸 받아들이고 있는데, 전 어떤 이유에선지 아직도 도망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허위의식, 다른 말로 '허세'의 문제점은 자신의 실제 삶과 괴리되어 있다는 데 있을 것입니다. 흔히 그런 사람들이 하는 행동에 대해 '철없다, 어른답지 못하다, 책임감 없다'라 표현하죠. 그렇다면 저는 '모디'를 허세로 계속 하는 것인 걸까요.
하지만 허세도 미래 자신의 삶의 '양식'으로 만드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미친 듯이 오토바이를 좋아하는 친구는, 자신이 몇 달을 아르바이트한 돈으로 말도 안 되게 비싼 오토바이를 타고 다닙니다. 아마 거기서 그쳤더라면, 그건 '허세'였을 겁니다. 하지만 그 친구는 나중에 오토바이 숍을 차리고, 진심으로 오토바이를 즐기는 삶을 살게 됩니다. 그때부턴 그것이 그의 삶의 '양식'이 되는 겁니다.
'독립'. 요즘 많이 고민하는 단어입니다. 대학생이 된 때부터 은연중에 계속해서 생각해왔던 문제였지만, 학생이란 신분을 핑계로, 아직 무언가를 하기 위해선 준비가 필요하단 핑계로 쭉 회피해 왔었습니다. 하지만 저 스스로의 삶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중요 조건이 바로 '독립'이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갖고 싶은 것을 사는 일, 그 모든 것을 자유로이 하기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물론 '독립'이 생각보다 아름답다거나, 낭만적이지만은 않을 겁니다. 막연한 상상으로는 독립 후에 무조건 행복해지는 저 자신을 그려보곤 했습니다. 내 마음대로, 내가 원하는 것을 소박하게나마 얻는 삶을 말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분명 전부는 아닙니다. '자유'의 뒷모습이 바로 '책임'이기 때문입니다. 뼈저리게 겪어보진 않았지만, 조금의 감수성을 가지고 있다면 책 속에서, 아버지의 삶에서, 그리고 주위의 모든 일에서 발견할 수 있는 진리 중 하나가 그것이었습니다.
독립에 대한 또 다른 낭만적인 상상은 그것이 '세상에 오로지 홀로 서기'라는 것입니다. 혼자서 세상과 맞서는 모습이 드라마틱하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실은 대단히 위험하고 외로운 일입니다. 주위를 곰곰이 따져보면 자신과 연관된 수많은 사람을 떠올리게 됩니다. 결국 독립도 '함께' 살아가는 일인 것입니다. 나에게 돈을 주는 사람부터 시작해서, 내가 음식을 사는 상점의 아저씨까지 모두와 말입니다.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인 이상,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떠날 수 없고, 그렇기에 수많은 연결고리 내에서 자신의 역할과 의무를 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모두와 함께 생활하는 것, 그리고 연결고리의 당당한 일부분이 되는 것이 진짜 '독립'이겠죠.
그래서 요즘 진지하게 '독립'을 고민합니다. 내 주위의 어떤 사람과 나는 어떤 지점에 서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허세' 비슷한 지금의 내 일을, 나의 삶의 '양식'으로 바꾸는 그 지점에 대해서도 말입니다. 혼자 해결할 수 없는 이 고민을, 물론 주변 사람들과 함께 고민하고 풀어 가야 할 거 같습니다. 그럼 좀 쉬워지겠죠?
대구경북 대학생문화잡지 '모디' 편집장 smile5_32@naver.com
댓글 많은 뉴스
민주당 대선 후보 이재명 확정…TK 출신 6번째 대통령 되나
김재섭, 전장연 방지법 발의…"민주당도 동의해야"
이재명 "함께 사는 세상 만들 것"…이승만·박정희 등 묘역참배
안철수 "한덕수는 출마 포기, 김문수·한동훈은 결단해야"
'국힘 지지층·무당층' 선택은? 김문수 29.2% 홍준표 21.4% 한동훈 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