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 의료관광

몇 해 전부터 대한민국 의료계의 화두는 단연 '메디컬 투어리즘', 즉 의료관광이다. 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마다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한 각종 시책을 쏟아낸다. 21세기 의료의 대이동이 시작되면서 의료관광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거의 세계적이다.

의료와 경제의 선진국인 미국을 비롯한 서유럽 사람들은 높은 의료비와 어려운 의료 접근성 때문에 상대적으로 의료비가 싼 나라로 간다. 의료 수준이 낮은 동남아, 중동, 중앙아시아, 러시아의 상대적 부유층들은 비싼 의료비를 지불하더라도 높은 수준의 의료를 찾아간다.

우수한 의료인력과 첨단 의료장비를 갖춘 높은 의료수준과 싼 의료비로 말하자면 한국이 최고다. 의료관광의 활성화로 얻게 되는 수입은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 즉 자동차와 전자산업에 버금갈 뿐만 아니라 부가가치는 어떤 제조업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게다가 고용지수가 제조업은 4.5 정도인 데 비해 의료서비스업은 14.5 정도로 3배가량 높다.

대구도 의료관광발전협의회를 만들어 의료관광 상품을 개발하고, 해외 환자 유치를 위한 현지설명회를 개최하거나 의료관광객 송출회사 관계자들을 초청하고, 해외 환자 진료기관들에 통역 서비스와 해외 의료관광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의료기관 종사자들을 포함한 주위의 많은 사람들은 회의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다. 주된 이유 중의 하나가 외국에서 들어오는 관문, 즉 국제공항이나 항구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생각의 차이일 뿐이다. 대구국제공항은 물론 김해공항이나 포항, 부산의 항구가 모두 대구의 공항이고 항구다. 차로 한 시간 거리라면 세계 어느 도시에 비해서도 손색이 없다. 멀리 볼 필요도 없이 인천공항, 인천항도 서울까지 한 시간 이상이다.

언제부터인가 대구 사람들은 패배의식에 젖어 매사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듯하다. 대구에서만 할 수 있는 유교적 전통을 되찾자. 진정에서 우러나는 따뜻하고 속 깊은 서비스를 제공하자. 한 번 찾아온 외국 환자들이 가족이나 친지와 함께 다시 찾게 만들자. 대구의 대형 의료기관들이 합심해서 한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한다면 대구에서만, 대구에 가야만 치료할 수 있는 분야를 만들 수 있고, 대구의 의료관광에도 날개를 달 수 있을 것이다.

올 초에 러시아 하바로프스크에서 인터넷을 보고 찾아온 불임 환자를 김해공항까지 가서 데려와 나팔관 복원수술을 해주었다. 회복 기간 동안 경주와 안동 관광을 하게 했고, 한국의 가정집을 보고 싶다고 해서 집에 초대해 함께 저녁을 먹고 차를 마셨다.

돌아갈 때 가장 인상 깊은 게 무엇이었느냐고 물었더니 경주나 안동이 아니라 의외로 집에 초대받은 것이라고 했다. 대구의 의료관광이 신경 써야 할 중요한 시사점이 아닌가 싶다. 인간적이고 진솔하며 따뜻한 서비스가 세계인을 감동시키는 최고의 무기다.

박경동 효성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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