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교칼럼]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정부가 성직자들에게 세금을 걷는 방안을 참 오래도 궁리하더니 마침내 가닥을 잡은 모양이다. 필자의 입장에서는 이미 내고 있는 세금이고 얼마 되지도 않으니 속 편하게 환영할 수 있는 일이지만, 또 한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민감한 사안을 민주적 절차를 통해 결정할 수 있을 만큼 우리나라 정치가 자랐다고 느껴져 기쁘다. 공정하면서도 현실성 있는 과세가 이뤄지기 위해 아직 풀어야 할 매듭이 적지 않으리라고 생각하지만, 일단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내어놓고 세금을 아예 못 내겠노라고 하는 종교인은 극히 적은 수에 불과하다. 어차피 대부분의 성직자들은 그리 넉넉지 못한 급여로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세수 증대를 위해 종교인 과세를 추진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이것은 원칙의 문제인 것이다. 선진국 중 어느 나라에서도 종교인에게 세금을 면해 주는 경우는 없는 만큼, 과세 자체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단지 그간 주로 이슈가 되었던 것은 성직자의 소득을 근로소득으로 보느냐, 아니냐 하는 문제이다. 성직자의 한 사람으로서, 필자는 그것을 당연히 근로소득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한다.

복음서에는 세금에 관한 일화가 둘 나온다. 그 하나는 잘 알려진 논쟁 기사로, "카이사르에게 세금을 내는 것이 옳으냐? 옳지 않으냐?"라는 질문에 예수가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에게,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라고 말했다는 일화다. 그 '카이사르의 것'이란 다름 아닌 당시의 통용 화폐, 황제의 초상이 새겨진 은전이었다. 또 다른 일화는 성전세(聖殿稅)를 걷는 관리가 예수의 제자에게 "당신의 스승은 세금을 내느냐"고 물었더니 그가 "내십니다."라고 답했다는 내용이다. 두 가지 서로 다른 세금이 등장한 셈인데, 로마제국의 인두세는 당시 피지배 민족이었던 유다 국민으로서는 매우 내기 싫은 세금이었을 테고, 신인(神人) 예수가 종교세를 낸다는 것도 좀 어색하다. 하지만 예수의 답은 두 경우 다 긍정이었다.

당시 사람들이 보기에 예수의 직업은 종교 선생이었고 또 목수였다. 목수로서 신의 아들이 톱이며 대패를 들고 흘린 땀은 그가 십자가에 달려 흘린 피와 마찬가지로 신성하다. 편의점 알바가 정직하게, 열심히 일하는 것이 훌륭한 봉사가 아니라 할 수 없고, 그것이 그 나름으로 신성하지 않다고도 할 수 없다. 그리고 그는 세금을 낸다.

정태우 신부 천주교 대구대교구 문화홍보실장 tinos5601@gma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