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혁신도시 공공기관 '서울공화국'

연 40억 식당 위탁 서울업체 독식 우려. 입찰 제한 규정 필요

대구 동구 신서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들이 식당과 매점 운영을 서울에 소재한 업체에 맡기는 것(본지 13일 자 1면 보도)과 관련 비난 여론이 거세다.

신서혁신도시로 이전하는 공공기관은 모두 11곳. 중앙신체검사소(이전 직원규모 50여 명)가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이전을 끝냈고 올해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220여 명)과 한국감정원(360여 명), 한국산업단지공단(130여 명)이 들어선다. 내년에는 이전기관 중 규모가 가장 큰 한국가스공사(830여 명)를 포함해 신용보증기금(740여 명)과 한국정보화진흥원(330여 명),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200여 명) 등이 이전할 계획이다.

문제는 올해 들어설 예정인 3곳 중 2곳이 식당 위탁운영 입찰을 했고 모두 서울 업체에 낙찰됐다는 것이다. 한국감정원이 9일 4억원 규모의 구내식당과 매점의 위탁운영을 서울 업체에 맡겼고, 앞서 한국교육학술정보원도 올 6월 3년간 식당 위탁운영을 대기업 계열사인 서울 소재의 E 업체에게 넘겼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은 식당을 200~250명이 이용할 것으로 보고 있고 1식 단가를 4천원으로 잡고 있다. 이를 1년(1명당 500끼)으로 계산하면 약 4억원(연 매출액)에 달하는 사업이 서울 업체의 손으로 넘어간 것이다.

내년에 이전하는 한국가스공사와 신용보증기금의 식당 연 매출액 규모가 각각 10억원과 8억원에 달하는 등 혁신도시 내 전체 이전 공공기관의 식당 위탁사업은 모두 4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전 기관들은 지역 업체를 배려하기보다는 운영 노하우와 메뉴 구성, 지역공급망 등 오직 사업수행능력을 최우선으로 보겠다는 입장이다.

대구지역 급식업체들은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혁신도시 취지와 어긋나게 서울 업체들이 식당 위탁운영 사업을 독차지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입찰에 참가했던 대구의 한 급식업체 대표는 "현장설명회 때부터 분위기가 서울 대기업 쪽으로 기울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브랜드와 실적 등에서 경쟁 자체가 안 되기 때문에 괜히 들러리를 서기보단 아예 입찰제안서 제출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급식업체 대표는 "서울 업체들이 혁신도시 공공기관의 식당을 운영한 경험을 살려 대구의 다른 급식시장도 넘볼 수 있다"며 "혁신도시의 취지를 살리는 것은 물론 지역 급식시장의 잠식을 막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입찰에서 지역 업체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국교육학술정보원 행정지원단 관계자는 "업체들이 제안서를 내면 사업실적과 위탁경험 축적, 시설 투자, 급식단가 등을 평가해 낙찰업체를 선정했다"며 "E 업체는 대구 지역은 물론 전국에서 급식사업을 맡고 있기 때문에 사업수행 능력은 충분하다"고 했다. 한국감정원 비상계획팀 관계자는 "7월 초에 식당보다 더 큰 규모의 시설물 유지관리 용역은 대구의 업체와 1년 계약을 맺었다"며 "지역 업체라고 차별하지 않으며 경쟁력을 키워 사업수행 능력만 가진다면 다음 입찰에선 식당 운영을 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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