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입맛이야 기호에 따라 다르지만 '게장'은 싫어서 안 먹는 사람보다는 비싸서 못 먹는 사람이 더 많다.
게장은 밥 한 공기를 뚝딱 훔치는 '밥도둑'이다. '배가 터질 듯해 못 먹겠다'는 거짓말은 통하지 않는다.
배가 불러도 밥숟가락 놓기가 아쉽다. 게 껍데기와 다리 사이의 속살까지 알뜰히 발라 먹고 난 뒤 게딱지 속의 게장을 젓가락 끝으로 살살 긁어 비벼먹는 맛은 일품이다.
주황색 게장으로 물든 비빔밥은 삼키기가 아까워 오래도록 입 안에 가둬두고 싶을 정도다. 게장은 '밥도둑'이다.
대구 수성구 두산동 들안길에 있는 '남도일품 꽃게장 밥도둑'은 신선한 재료와 마음 가득 담은 정성으로 손님들을 맞고 있다. 주방 책임자 김문휘 씨는 "이틀에 한 번씩 쓸 만큼만 게장을 담그고 있으며 숙성도 철저하게 이틀에서 삼일 정도만 한다. 그때가 가장 맛있을 때고 그 기간이 지나면 비릿한 맛이 나기 쉽고 텁텁해지며 게살이 물러져 맛이 떨어진다"고 했다.
신선하고 잘 선별한 꽃게에 여러 가지 채소와 한약재를 넣고 달인 간장을 쏟아붓는다. 그것도 세 번씩이나. 그 상태로 숙성고에서 이틀을 숙성시킨 후 게딱지를 분리하고 먹기 편하게 잘라 손님상에 올리고 있다.
노~란 알이 알알이 박혀 있는 간장게장이 나온다. 금방 담근 게장처럼 탱글탱글하고 윤기 자르르 흐르는 것이 특징. 먹기 좋게 손질한 게를 한입 문다. 게장을 한입 물었을 때 비린내가 나서는 절대로 안 된다. 간장이 짜거나 싱거워도 제 맛이 나지 않는다. 게살에 간장이 적당히 배어야만 감칠맛이 난다. 오래 삭혔다가는 살이 흐물흐물해져 맛을 잃어버린다. 게살을 목에 넘긴 뒤 입맛에 비린내가 없이 은은한 향이 돌아야 한다. 쫘~악 짜서 입으로 쪽쪽 빨아 먹으면 되는데, 이 정도 되면 누구든 정신을 놓지 않을 수가 없다. 다시 뜨거운 고슬고슬한 밥 한 술에 간장게장을 입에 넣어 지그시 누르니, 부드럽고 들큼한 게살이 터져 나와 입안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간간한 게장이 입안에서 섞이며 구수하고 아련하다. 비린내가 전혀 없고 고소하다. 맨입에 먹어도 짜지 않고 그렇다고 과하게 달지도 않다. 숙성을 잘못하면 나기 쉬운 '짠내'도 전혀 없다. '공기밥 추가'를 불러 간장 국물까지 싹싹 비벼 먹는 것은 기본이다.
단골손님 서희라(41) 씨는 "비린내가 싫어 게장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집은 다르다"며 "시중 음식점의 간장게장 맛은 달착지근해 금세 질리지만 이 집 게의 속살을 깨물었을 때의 맛은 달콤하다기보다는 담백하단 말이 어울린다"고 했다. 서 씨의 아들 정대관(14) 군 역시 "엄마처럼 게가 비린 맛이나 특유의 향이 있어 예전에는 먹지 않았으나 지금은 맛있다"며 "지금은 게 맛을 알아 없어서 못 먹을 정도이다"고 했다.
게의 속살을 다 먹은 다음 게딱지에 밥을 쓱쓱 비벼 먹는다. 게장은 딱지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살과 알을 젓가락으로 훑어내는 것이 포인트다. 거기에 밥을 넣고 간장 국물을 조금 끼얹어 얌전하게 비벼 조심스레 한 술 뜨면 혀까지 달다. 짭짜름하면서도 깊은 장맛이 그윽하게 우러나온다. 달큼한 게살이 밥과 어우러져 입안을 행복하게 한다. 한입 먹은 후, 손가락에 묻은 간장을 빨아먹는 재미도 여간 아니다. 이렇게 먹다 보니 밥 한 그릇이 모자란다. 그야말로 '밥도둑'이 따로 없다.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밥을 비우고 나니 아무 생각이 없다. 그저 행복하기만 하다.
정삼교(45) 씨는 "나 역시 비린내가 싫어 게장을 잘 먹지 않았으나 이 집 게장을 한두 번 먹다 보니 이제는 중독이 됐다"며 "게장이 왜 '밥도둑'이라고 불렸는지 실감 난다. 게딱지에 밥 한술 넣어서 비벼 먹고 게 발을 오도독 씹어 먹는 맛도 일품이다. 짭쪼름하면서 뒤끝은 달콤하다"고 했다. 정샘결(6) 양은 "아빠, 엄마가 먹으니 저도 조금씩 먹고 있는데, 처음보다는 낫지만 아직도 비린 맛이 나 많이 먹지는 못한다"고 했다. 서희라 씨는 "식구 모두 게장 맛에 반해 일주일에 한두 번은 이곳을 찾는다"며 "특히 대관이가 게 맛을 알아 이제는 게딱지에 비벼 먹는다"고 했다. 친척 이예림(52) 씨 역시 "어머니가 강화도 출신이라 게맛을 잘 안다"며 "이 집 게장은 짜지도 않고 담백한 맛이 나 자주 찾는다"고 했다.
간장게장 1만6천원(1인분), 양념게장 1만7천원. 꽃게탕(4, 5인) 4만2천원, 꽃게찜(4, 5인) 4만8천원. 가오리찜(2, 3인) 3만8천원, 아구찜(2인) 2만8천원.
▷규모: 좌식 60여 석
▷주차공간: 20여 대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11시(추석'설 당일 휴무)
▷예약: 053)763-7662(대구 수성구 두산동 3-3)
◆'이맛에 단골!' 코너는 독자 여러분의 참여로 이뤄집니다. 친목단체, 동창회, 직장, 가족 등 어떤 모임도 좋습니다. 단골집을 추천해주시면 취재진이 소정의 절차를 거쳐 지면에 소개해 드립니다.
▷문의 매일신문사 특집부 053)251-1582~4, 이메일 inf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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