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FC 낳은 대구시,부모 역할은 싫다고 ?

위기의 대구FC 나아갈 길은

(사진) 2010년 11월 1일 대구FC 서포터스가 대구스타디움에서 플래카드를 내걸고 박종선 단장의 퇴진을 주장하는 모습.
(사진) 2010년 11월 1일 대구FC 서포터스가 대구스타디움에서 플래카드를 내걸고 박종선 단장의 퇴진을 주장하는 모습.

대구FC 김재하 단장(대표이사 겸)의 사의 표명 사실이 본지(13일 자 2면)를 통해 처음 알려진 후 그의 사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대구FC 서포터스는 19일부터 대구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하지만 김 단장의 사퇴는 기정사실로 된 것으로, 차기 단장과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이사회와 주주총회 절차만 남겨놓고 있다. 이에 따라 대구FC는 조만간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열어 차기 단장을 겸한 대표이사를 선임할 예정이다. 김 단장이 사퇴하게 된 배경을 중심으로 대구FC의 나아가야 할 길을 4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목록 표)(1)거꾸로 가는 대구FC 시계 (2)김재하 단장은 왜 스스로 물러났나 (3)김재하 단장의 공과(功過) (4)새판 짜기, 시립구단은 안 된다

(1)거꾸로 가는 대구FC 시계

대구시민과 지역 기업들이 2002년 국내 최초로 시민구단으로 창단해 2003년 K리그에 출범시킨 대구FC의 시계가 거꾸로 가고 있다. 제대로 앞으로 나아가도 살아남기가 버거운 프로축구 무대에서 대구FC가 최근 다시 뒷걸음질치고 있다. 그동안 지역 친화적인 마케팅으로 축구팬들의 지지를 받아온 김재하 단장이 시즌 중에 돌연 사의를 표명, 대구FC는 앞날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됐다.

현재 대구FC의 상황은 2010년 말과 대비된다. 그해 11월 시즌 막바지에 대구FC 서포터스는 성적 부진을 이유로 박종선 단장(대표이사 겸) 퇴진운동을 공개적으로 폈다. 대구FC는 2009년과 2010년 2년 연속 꼴찌인 15위를 차지했다. 이에 자존심이 상한 축구팬들은 박 단장 퇴진운동으로 그를 임명한 구단주인 김범일 대구시장을 압박했다. 두 달여를 힘겹게 버틴 박 단장은 결국 2011년 1월 19일 이사회를 앞두고 자진해서 사퇴했고, 이날 이사회에서 김재하 단장이 전격적으로 추대됐다.

하지만, 김 단장은 2011년 2월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한 지 2년 6개월여 만에 스스로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김 단장은 대상포진을 심하게 앓는 등 건강 악화를 이유로 내세웠지만, 그것은 핑계에 불과했다. 그는 김범일 대구시장과 체육 정책 업무를 담당하는 대구시청 체육진흥과 관계자와 의견 충돌을 빚으면서 사의를 표명할 수밖에 없었다.

김 단장이 부임 초기부터 공격적인 구단 운영을 했기에 축구팬들은 그의 사퇴를 아직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박 단장은 대구시의 지지를 받고도 서포터스의 반대로 물러났지만, 김 단장은 서포터스의 전폭적인 지지에도 대구시의 압력으로 사퇴하는 지경에 빠졌다.

상황 자체는 반대됐지만, 대구FC는 2010년 말로 거슬러 올라가 앞날을 내다볼 수 없는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대구FC 팬들에게 구세주처럼 여겨졌던 김 단장의 사퇴는 시민구단 대구FC 존재 그 자체를 위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구시는 내년 1월까지 한시적으로 대구FC를 직접 운영한다는 계획에 따라 이사회 개최 등 이에 필요한 절차를 구단에 주문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구시축구협회 관계자는 "대구시는 대구FC를 낳은 부모인데,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아이를 낳았으면 책임지고 키울 생각을 해야지, 지원은 제대로 하지 않고 부모 권리만 행사하려 든다"며 "외국 사례로 볼 때 프로축구단이 자리 잡으려면 수십 년이 걸리고, 지속적인 투자가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대구시는 인내심을 갖고 대구FC를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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