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철강회사 취업 '강철 아줌마들'…포스코 제철소 14명 선발

현장실습 자존감·성취감 얻어 감사…선배·동료 도움 당당한 사회인 안착

포항제철소 생산기술부에 근무하고 있는 권남희 씨가 출하된 제품의 불량 여부를 살피고 있다. 포스코 제공
포항제철소 생산기술부에 근무하고 있는 권남희 씨가 출하된 제품의 불량 여부를 살피고 있다. 포스코 제공

시끄러운 기계음이 들리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제품 출하 현장. 폭염에 지칠 법도 한데 작업자들은 부산히 움직인다. 연신 얼굴을 타고 내리는 굵은 땀방울을 닦아내는 작업자들 가운데 가냘픈 손이 눈에 들어왔다. 생산기술부 제품출하과 권남희(43) 씨.

권 씨는 제철소에서 생산된 제품을 고객사로 출하하는 과정의 품질관리를 맡고 있다. 평범한 주부로 지내다, 기초적인 철강 지식부터 금속'설비'전기'계측'유공압 등 철강산업에 대한 직업훈련을 거친 뒤 포스코에 입사했다. 근무 일수 8일 가운데 이틀이 야간이고 나흘이 휴무(4조 2교대)기 때문에 아이 돌보기도 문제 없다. 권 씨는 일을 하면서 자존감과 성취감을 발견했다며 기뻐했다.

포항제철소가 결혼'출산 등으로 직장생활을 할 수 없었던 주부들을 위해 기술교육을 통한 사회 재진출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포스코는 최근 포항과 광양에서 교대 근무가 가능한 현장직 주부사원 모집에 나서 직업훈련생 14명을 선발, 오는 10월까지 직업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평균연령은 35세, 고교 또는 전문대를 졸업한 이들은 포스코에 입사하면서 앞으로 25년의 사회생활을 더 보장받았다. 포스코가 다자녀가구 등 가정형편을 고려해 뽑았기 때문에 이들이 받는 경제적 도움도 엄청나다.

포항제철소 근무를 희망한 8명의 여성 인력들은 요즘 철강생산공정'IT'전기'계측제어 등 직무 기초 집합교육을 마무리 짓고 현장실습교육에 들어갔다. 이들은 직업훈련 과정과 채용에 관한 평가 등을 거쳐 정규사원으로 채용되면 품질검사, 시험분석 등의 현장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주부 직업훈련생 이정애(39) 씨는 "아이들을 혼자 키우느라 시간이 부족했지만, 미래를 위해 정비'IT'회계 등 다양한 자격증을 취득하며 구직활동을 펼쳐왔다. 하지만 주부가 일거리를 찾는다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아 많이 지쳐 있었는데, 이번에 포스코를 통해 일을 찾게 돼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압연지역 건축정비 업무를 맡고 있는 김소연(32'2008년 입사) 씨는 "집안일만 하던 내가 직업훈련을 거쳐 산업현장에서 뛰고 있다는 것이 아직 믿기지 않는다. 선배사원들의 멘토링과 동료들의 신뢰로 당당한 사회인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업종 특성상 남성 전유물로만 여겨왔던 철강업이 최근 주부사원들의 활발한 진출로 섬세함을 입고 있다"며 "주부사원 채용은 주부들에게는 사회 재진출의 기회를, 회사에는 섬세한 업무 처리로 인한 생산성 향상을 실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박승혁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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