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최재영(60) 씨는 매주 일요일이면 앞산에 오른다. 가족이나 자원봉사자를 대동하지 않고 혼자 앞산에 오른 지도 어언 20년이 다 되어간다.
다른 코스에 비해 비교적 안전한 길이라 항공무선 표지소로 오르는 길을 택해서 산행한다. 시각장애인용 흰 지팡이를 들고 있음에도 산행하는 모습이 너무도 자연스러워 길을 물어오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사고로 인한 녹내장으로 시력을 완전히 잃은 최 씨는 한때는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져 삶을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있었으나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다면 조금씩 일어나 봐야겠다는 굳은 의지를 가지고 재활 훈련에 임했다고 한다.
안내자의 도움에 의존하기보다는 무엇이든 스스로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기에 맹아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홀로 보행연습을 하며 안 부딪혀 본 나무가 없고 안 굴러 떨어져 본 구덩이가 없을 정도로 고된 시간도 있었다고 한다.
"혼자 이렇게 산을 오르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사색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고 같은 길이지만 계절에 따라 피는 꽃도 다르고 우는 새도 달라요."
마음으로 보면 감사하지 않는 것이 없는가 보다.
"땀 흘리고 난 뒤 마시는 한 모금의 물이 감사하고 조금 지친다 싶을 때 뒤에서 불어오는 한줄기의 바람이 감사하고 이렇게 땀 흘린 뒤에 먹는 밥이 어찌 안 맛있을 수 있겠어요?"
한결같이 이어온 운동 덕인지 예순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강한 모습에 심안으로 상대를 배려하는 모습은 함께 산행하는 내내 즐거운 기운을 전하는 것 같았다.
글'사진 최정숙 시민기자 jschoi1972@hanmail.net
멘토'배성훈기자 bae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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