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예찬 / 프란츠 요제프 베츠 지음/ 송명희 옮김 / 율리시즈 펴냄
일부일처제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불륜'은 마땅히 지탄받아야 할 행위다. 하지만 독일 슈베비쉬 그뮌트 사범대학에서 철학과 교수로 재직중인 저자는 대놓고 불륜에 대한 예찬론을 펼친다. 부제 역시 '뻔뻔한 외도를 위한 변명'이라며 한술 더 뜬다.
사실 사랑이란 일종의 화학적 작용으로 일정 시간이 흐르면 사라지고 만다. 영원히 지속되는 사랑이란 실현 불가능한 꿈에 불과한 것이다.
하지만 금지된 관계를 통한 쾌락은 처음부터 비극적 결말을 전제한다 하더라도 자극적일 뿐 아니라, 인간은 애초부터 지조를 지킬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엄격한 일부일처제는 자연의 이치에 맞지 않으며 자연현상을 거스르는 문화적인 기준일 뿐이다. 저자는 "인간은 결코 '얌전한 가축'이 될 수 없다"며 "외도는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며, 지조를 지키는 것은 단지 바람피울 기회가 없어서"라고 밝힌다.
여기서 한술 더 떠 저자는 "거짓말이 없는 사랑이란 있을 수 없다"고 단언하며 "모든 파트너 관계에는 배신이 도사리고 있으며, 이중생활은 역설적으로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측면도 있다"고 불륜 예찬론을 펼친다. 그러면서 만약 상대의 외도를 알게됐다 하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지나치는 것'도 삶의 지혜로운 선택이라고 말한다. '어리석은 모험심 때문에 하게 되는 이혼은 일종의 유아적 미성숙의 증거일 뿐'이라는 냉철한 조언도 남긴다.
이 책은 '옳다, 그르다'는 판단에 앞서 황홀한 자극과 안정된 결혼생활을 다 가지려는 인간의 오랜 욕망은 얼마나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는지, 그 근원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불륜의 속살을 제대로 들여다봄으로써 이 시대의 섹스문화를 다시금 돌아본다. 256쪽, 1만3천원.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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