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사만어] 개그 공화국

일요일 밤마다 TV 앞에 앉아 '개그콘서트'를 보는 것이 큰 즐거움 중 하나다. 아무 생각 없이 개그맨들의 입담을 즐기다 보면 무료한 휴일 밤을 보내기엔 그저 그만이다. 이 프로그램은 숱한 유행어를 만들어냈는데 요즘에는 "당황하셨어요?" "느낌 아니까~"란 말이 인기를 얻고 있다. 난데없이 개그콘서트를 언급하는 이유는 요즘 정국이 이 프로그램의 압축판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통합진보당 사태를 보면 잘 만들어진 한 편의 개그 프로그램을 보는 듯하다. 보도에 따르면 통진당 핵심 멤버들이 주사파로 이루어져 있고 군사행동을 준비했다고 하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참으로 우스꽝스러운 일이 아닌가. 3대 세습을 하고 인민을 굶주리게 하는 북한을 아직도 신봉하는 이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니 이런 개그가 어디 있을까. 그네들은 정보화시대에 눈도 막고 귀도 막은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벌써 옛날에 쓰레기통에 들어가야 할 주체사상을 떠받드는 이들에게는 올 연말에 '개그 대상(大賞)'을 주어도 무난할 것 같다. 통진당의 내란 음모 혐의는 조만간 드러나겠지만 아직도 지하에 숨어서 낡디 낡은 사상을 신봉하는 이들에게는 "당황하셨어요?"라는 유행어를 들려주고 싶다.

또 다른 개그는 국가정보원의 통진당 수사다. 통진당이 창당된 지가 언제인데 이제 와서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하니 또 다른 희극이 아닌가. 그것도 국정원 댓글, NNL 대화록 유출 사건 등으로 국정원이 코너에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공안 정국'을 만들어 놓았으니 헛웃음만 나오게 한다. 국정원은 1970, 80년대에 정국이 혼란스러울 때마다 간첩단 사건을 터뜨려왔던 전례가 있지 않은가. 주사파 활동이 염려스럽다면 일찌감치 대응을 했거나 국정원 댓글 사건 등이 해결되고 나서 정정당당한 자세로 수사를 하는 것이 옳았다. 과거처럼 정국 타개용으로 이번 수사를 활용하는 듯한 국정원에는 "느낌 아니까~"라는 유행어가 딱 어울리는 것 같다.

희극 배우 찰리 채플린은 "웃음이 없는 하루는 버린 하루와 같다"고 했다. 요즘 정국을 보면 어찌 됐든 매일 웃기는 상황이 연출되지만, 그것은 국민들에게 유쾌함을 주는 것이 아니라 공허함과 불쾌함을 안겨 주는 헛웃음일 뿐이다. 서민경제를 살리고 세계 경쟁력을 키워야 할 때에 개그 프로그램과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대한민국 전체의 불행이다. 개그는 TV에서만 보고 싶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