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산공원 안지랑골과 무당골 사이의 능선을 넘어 산모롱이를 돌아가자 갑자기 통기타 연주소리가 흘렀다. 신나게 부르는 노래는 얼핏 듣기에 팝송이었지만 곡명을 알 수 없었다. 길을 가다가 가까이 다가갈 쯤에 '나 홀로 아리랑'이 귓전에 닿는다.
통기타 연주의 주인공은 충청북도 청원군 오송에서 온 전승용(67) 씨.
"대구는 나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하지만 간접적이랄까, 자식들이 여기서 대학을 나왔다. 학교에 다닐 때 앞산공원 앞 주택에서 살았고, 여기서 직장을 잡아서 그대로 살고 있다"면서 "자식들이 여기에 있어서 충청도에서 왔다갔다 할 때 앞산에 가끔 올라올 기회가 있었다. 도심에 더없는 휴식공간이라고 생각했고, 앞으로 이런 곳이라면 살고 싶은 도시공간이라고 여겼다"고 말했다.
전 씨가 대구 앞산의 등산길에서 노래를 부른 사연은 이러했다. 넉 달 전에 오송에서 대구로 이사를 온 그는 "대구와 의료복합단지 경합을 벌이던 오송이 대구와 함께 지정됐고, 거기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들어선 1단지에 이어 2단지가 조성되면서 살던 집과 농토가 모두 편입되었다"고 했다. 생활터전을 잃고 갈 곳이 막막했던 차에 마침 자식들이 사는 대구로 아예 노후에 살 터전을 옮기게 된 것.
"이곳에 와서 앞산에 올라오니 의외로 인기 높은 자락길에 많은 시민들이 다녔다. 이참에 40여 년 전에 즐겨 다루고 불렀던 통기타 연주를 마음에 두었고, 노래 솜씨는 알아주지 못할 정도지만 발걸음을 흥겹게 하는 것도 서로간의 상생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가 배낭에서 꺼낸 악보는 오랜 세월을 대변하듯 구겨진 채 너덜거렸고, 누렇게 변했다. 그게 줄잡아 50여 편은 넘었지만 편철되지 않고 배낭에 가득했다.
글'사진 권영시 시민기자 kwonysi@hanmail.net
멘토'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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