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카메라 얼리어답터
디지털 카메라 얼리어답터인 박종철(47'회사원) 씨는 지난달 아내 모르게 또 한 번 사고를 쳤다. 250여만원을 주고 캐논 디지털 카메라 EOS 6D를 샀기 때문이다. 5D마크3를 산 지 1년도 되지 않았다. 박 씨는 아직까지 아내에게 이실직고하지 않고 있다. 박 씨는 가끔 아내가 잠든 밤에 서재에 들어간다. 새로 산 카메라를 몰래 보기 위해서다. 기존에 없던 새 기능을 확인하는 순간 그는 희열을 느낀다.
"캐논 EOS 6D는 풀프레임 DSLR 카메라입니다. 풀프레임 보디를 사용한 상급 보급형 디지털일안반사(DSLR)죠. 가지고 싶었습니다. 돈이 없어 망설이고 있었는데, 용기(?)를 내 카드를 긁었습니다. 아내 몰래요."
박 씨는 "여성에겐 '샤넬백', 남성에겐 '고급 스포츠카', 카메라 사용자에겐 '풀프레임 카메라'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그만큼 카메라 좀 다룰 줄 아는 사람에게 '풀프레임 카메라'는 선망의 대상이란 것. 풀프레임 보디는 이미지 센서가 커 얕은 심도의 사진을 촬영하는 데 유리하다고 했다. 즉, 배경을 흐리게 표현하는 '아웃포커싱' 효과가 잘 나타난다는 것. 또 화질이 우수하며 어두운 곳에서 촬영해도 노이즈가 덜하고 화각(사진이 찍히는 범위)도 넓다고 했다.
"마누라 웃는 얼굴을 잘 찍어 보여주면서 구입했다고 고백해야죠. 뭐. 야단치면 어쩔 수 없고요."
◆자전거 얼리어답터
노성환(25'대학 4년) 씨는 자전거 얼리어답터다. 현재 노 씨가 가지고 있는 자전거는 두 대. 하나는 그저 평범한 자전거이고, 다른 하나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미니벨로자전거'다. 미국과 일본, 독일 등에서 부품을 구해 노 씨가 직접 조립한 자전거다. 앙증스레 예쁘다. 무게도 가벼워 6.7㎏밖에 안 된다. "뿌듯합니다. 자식 같기도 하고. 하나하나 저의 정성과 노력이 결합된 자전거입니다. 물론 돈도 많이 들었습니다."
가격을 물었으나 대답할 수 없다고 했다. "생각보다 엄청 비싸요.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 다 쓸어 넣었어요. 아버지가 알면 큰일 납니다."
노 씨는 돈이 아깝지 않다고 했다. "주위에선 '미쳤다' '자전거와 결혼했다' 하면서 놀리지만 괜찮아요. 저의 유일한 취미가 자전거를 조립하고 타는 것인데요. 뭘." 노 씨는 괜찮은 자전거만 보면 괜히 탐이 난다고 했다.
◆얼리어답터 주부도 수두룩
얼리어답터는 남자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주변 주부들 사이에서도 얼리어답터는 쉽게 만날 수 있다. 새로 나온 각종 세제는 꼭 써보고야 마는 주부, 먹을거리에 관심이 많아 식품 브랜드의 신제품 체험단이 되어 시판 전 새로운 맛을 본다는 주부, 뷰티 브랜드의 신제품은 꼭 발라봐야 직성이 풀린다는 주부도 있다. 또 명품 브랜드의 '신상' 가방을 위시 리스트 1순위로 올려놓았다는 주부도 있다. 분야가 다를 뿐 얼리어답터의 자격으로는 뒤떨어지지 않는다.
주부 이상아(44) 씨는 얼리어답터 남편 때문에 매일 속 터지지만, 따지고 보면 자신도 얼리어답터라고 수줍게 말한다. 아이들 시판 과자부터 생필품은 물론, 건강법까지 직접 체험한 뒤 이를 주위 아줌마들에게 얘기해주는 것. 모두 체험단 활동을 통해서다. 이 씨는 "경험담은 주변인들에게 좋은 정보가 되고, 이를 통해 인맥을 유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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