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국은 왜 전쟁을 그만두지 못하는가…『워싱턴 룰』

워싱턴 룰/ 앤드루 바세비치 지음/ 박인규 옮김/ 오월의 봄 펴냄

미국은 왜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지를 이야기하는 '워싱턴 룰'. 이 책은 워싱턴 룰이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를 유지하며 이득을 보는 세력은 누구인지를 신랄하게 파헤치고 있다. 워싱턴 룰이란 2차 세계대전 이후 현재까지 유효한 "미국만이 국제질서를 규정하고 운영할 특권과 책임을 갖고 있다는 신념과 이를 위해 미국은 강력한 군사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믿음"을 말한다.

미국은 영구전쟁의 길에 들어섰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오사마 빈 라덴도 사담 후세인도 사라졌지만 전쟁이 끝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는 것. 이로 인해 이득을 보는 자들은 미국의 행정, 입법, 사법부의 상층부를 비롯한 국가 안보의 주요 구성원인 국방부와 국무부 등 권력의 핵심부와 거대 금융기관 등이다. 그렇다면 워싱턴 룰을 깨고 전쟁을 중단하기 위한 해법은 무엇인가? 저자는 민주주의와 시민들의 자발적인 정치 참여와 희생을 요구하며 미국 안보와 정치적인 문제에 관심을 기울일 것을 주장한다.

저자 앤드루 바세비치(Andrew J. Bacevich)는 1947년 미국 일리노이 주 출생으로 1969년 미국의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한 뒤 23년간 미 육군 장교로 복무한 직업 군인 출신이다. 예편 후 프린스턴 대학에서 미국 외교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1998년부터 보스턴 대학에서 미국 외교사와 대외 정책을 가르치고 있다. 저자는 스스로를 '가톨릭 보수파'라고 자처한다. 2000년대 초까지만 네오콘과 비슷한 입장이었으나 2001년 9'11사태 이후 부시의 이라크 침공을 겪으며 미 안보 정책에 대한 비판적 입장으로 돌아섰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많은 비판적 지식인들이 미국의 일방적 군사주의의 원인을 부시나 딕 체니, 도널드 럼스펠드같은 네오콘 세력으로 지목하였으나, 바세비치는 미국의 시스템 자체가 원인이라고 진단하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또한 그는 미국의 안보 정책이 19세기 말 이후 줄곧 전 세계에서 미국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하나의 정책 목표에 따라 추진되었음을 폭로하기도 하고 현재 미국이 모든 문제를 군사적으로 풀려고 하는 군사주의가 어디서 비롯되었고 어떻게 작동되는지를 파헤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의문은 또 있다. 부시도 네오콘도 없는 워싱턴은 여전히 전쟁 중이다. 저자가 찾은 이유가 바로 '워싱턴 룰'이다. 저자는 이 같은 워싱턴 룰이 계속되는 한 미국은 영구전쟁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워싱턴 룰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2차 세계대전을 거친 뒤 미국은 전 세계에 미국의 개입이 지속되어야 하며 아무도 넘볼 수 없는 군사적 우위를 지속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안보 정책의 기틀을 세운다. 그 중심에는 CIA(중앙정보국)와 SAC(전략공군사령부)가 있었다. 여기에 방위산업체와 거대 금융기관, 보수적 싱크탱크들이 결합했다. 국방부와 국무부, 국토안전부의 고위 관료뿐만 아니라 로비스트와 전직관료, 예비역 장교 등 권력의 핵심부 인사들도 가세했다. 이들이 워싱턴 룰을 지탱하는 중요한 축이다.

저자는 전쟁에 관한 한 민주당과 공화당은 공범이라고 말하고 있다. 베트남전쟁의 패배로 잠시 '워싱턴 룰'이 흔들리는 듯했으나 1980년대 레이건의 보수혁명으로 '워싱턴 룰'은 회복됐고 오히려 더 공고해졌다. 실제로 미국은 2002년 아프간전쟁 이후 12년째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저자의 상황인식은 심각하다. 미국은 지금 외국의 빚으로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 미국의 부채는 부시 취임 때보다 두 배 넘게 늘었다. 오바마 정부에서도 미국의 국방비는 계속 늘어만 간다. 워싱턴 룰이 깨지지 않는 이상 미국의 파국은 예고된 것일 수밖에 없다. 366쪽, 1만5천500원.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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