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배의 작품에는 검은 획이 주인공이다. 관람객들을 빨아들일 듯한 검은색은 깊은 울림을 준다. 이것은 표면에서 이미지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점점 깊이 있게 들어가는 색이다. 마치 먹을 머금은 화선지처럼 말이다. 작가는 숯 그을음으로 만든 검은색을 바른 후 그 위에 밀랍을 섞은 용제를 바른다. 이 과정을 되풀이하면 검정은 층을 이루고, 사람을 깊이 빨아들인다. 흰색과 검은색의 대비는 팽팽하게 긴장감을 유발하고, 여러 개의 층으로 겹겹이 쌓인 검은색은 미묘한 흔들림으로 느껴진다. 작가의 시간과 '그린다'는 행위도 밀랍 속에 봉인됐다."(본지 2012년 6월 7일 자 16면)
이배는 '숯의 화가'라고 한다. 흰색의 캔버스에 숯을 재료로 작업한다. 모든 것의 생명이 끝나고 마지막에 남는 것이 숯이다. 숯은 어찌보면 죽음이다. 이배는 죽음의 소재인 이 숯으로 새로운 생명력을 창조해낸다. 화면을 가득 채운 숯의 움직임은 살아있는 무언가를 보는 착시를 불러일으킨다.
흰색의 캔버스에 검은 선으로 아무렇게나 내려그은 듯한 화면은 서예의 다른 모습을 보는 듯도 하다.
이에 대해 작가 이배는 "한국 화단에서는 제 작품이 공간과 여백을 강조한 동양화적이라는 평을 하기도 하지만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미니멀리즘적 표현의 서양화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프랑스의 유명 미술평론가인 앙리 프랑소와 드봐이유(57'일간지 리베라시옹 미술담당 기자 겸 미술행정학교 교수)는 작가 이배를 이렇게 평가했다. "작가 이배만큼 자신만의 독특한 미술세계를 구축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작품은 매우 특별하며, 그는 제가 아는 작가들 중에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홍헌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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