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문양의 Food 다이어리] 커피점 포화시대, 아날로그로 돌아간다면…

10여 년 교사생활을 그만두고, 육아를 위해 전업주부 생활을 하고 있는 필자의 친구는 자녀가 대학교에 입학을 하면 집 근처에 작은 카페를 열어보는 것이 꿈이었다.

조용한 주택가에서 프랑스 보르도의 한 카페처럼 차분한 분위기의 앤틱 소품으로 꾸며 놓은 카페에 출근해 잔잔한 음악을 틀어 놓고, 조용한 오전 시간에는 수필도 읽으면서 커피 향을 맡으며 카페를 운영해 보고 싶어 했다. 아~ 로맨틱하다!

그래서, 베이킹 수업이며, 꽃꽂이까지 배우면서 카페 운영을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하고 있었다. 비단 필자의 친구뿐 아니라 창업 또는 전업 선호도 1순위 업종은 바로 커피숍이다.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카페베네가 지난 8월 1천 호점을 오픈하였다는 소식을 여러 매체를 통해서 접했다. 불과 4년 만에 100개의 점포가 1천 개로 늘어나면서 국내 최고의 점포 수를 돌파하였다. 스타벅스, 엔제리너스, 할리스, 투섬플레이스, 커피빈, 탐앤탐스 등 국내외 대기업형 브랜드 커피숍들이 점포 수 늘리기 경쟁에 열중하고 있다. 지역별 로컬 브랜드의 커피숍, 무명 브랜드의 커피숍의 수까지 합산하면 이 좁은 땅덩어리 안에 포진하고 있는 커피숍의 수는 과연 얼마나 될까.

이들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의 매출액은 어마어마하다. 그러나 누구도 수익을 뽐내지 않고 있다. 수익률은 매년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빵집에서도 커피를 팔고 있으며, 분식점에서도 커피를 판다. 통신사카페도 등장했다. 우리 아파트 출입문을 나서면 반경 50m 안에 커피숍이 8곳이 있으며 편의점, 빵집, 아이스크림 가게를 포함하면 커피를 사서 마실 수 있는 곳이 10곳이 넘는다. 그러나 정작 필자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카페는 단 한 곳도 없다. 분위기, 음악, 맛, 주인의 접객 태도가 한데 어우러져서 그 커피숍만의 오묘한 매력을 발산시키는 곳 말이다.

필자는 작년 늦가을, 촉촉이 가을비가 내리던 오후, 일본 도쿄에서 지유카오카의 옆 동네인 오쿠사와에서 마음에 와 닿는 커피숍을 만났다. 이곳은 커피를 파는 카페는 아니다. 일본인 친구가 어릴 적 모아 둔 보물상자를 열어 보여주듯이 이곳으로 데리고 가 주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심장 속 깊이 커피 향이 스며들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르신께서 여러 대의 소형 로스팅기계를 놓고 커피를 볶고 계셨다. 필자의 친구와 눈인사를 하고는 등을 돌리고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커피를 볶는다. 천장에는 커피 그을음으로 세월의 깊이를 짐작할 수 있었다. 생두에 푯말을 꽂아 놓았다. 마사마 킬리만자로, 블루마운틴, 과테말라 산미겔, 시다모 모카, 모카 클래식, 세나 브라질, 브라질 쇼콜라, 에스프레소 마일드, 카리브 골든 블렌드, 아이스커피용 블렌드, 유러피안 블렌드, 오쿠사와 스페셜 블렌드, 지유가오카 스페셜 블렌드 등 좁은 가게 안에 생두가 한 가득이었다.

예멘 마타리 모카를 주문하고, 다른 한 가지를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주인이 자랑하는 오쿠사와 블렌드가 최고라며 추천해 주었다. 각 종류별로 200g 단위로 주문을 하고, 테이블에 앉아서 기다린다. 단골에게는 커피 한 잔이 공짜로 서비스된다. 단무지 한 조각도 제공되지 않는 우동집의 야박한 시스템을 자랑하는 일본에서 실로 감동적인 서비스였다. 한편의 잔잔한 영화를 본 것 같은, 감동적인 시 한 구절을 만난 것처럼 참으로 마음이 편해졌던 기억 속의 하루였다.

한때 유행했던 북카페, 꽃집과 결합된 플라워카페, 패션 소품과 결합된 멀티카페, 독특한 디저트와 결합된 디저트 카페 등 아이템을 차별화한 커피숍도 이제 식상하다. 한옥, 갤러리, 전원주택 등의 공간의 차별화도 이미 포화상태이다. 과연 어떤 커피숍이 고객이 마음을 울려 다시 발걸음을 옮기게 만들까.

이 치열한 카페 전쟁에서 내 친구는 과연 멋진 가게를 오픈할 수 있을까?

푸드 블로그 '모모짱의 맛있는 하루'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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