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북 영변 원자로 재가동은 재앙이다

북한이 영변의 5㎿급 원자로를 재가동하고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산하 한미연구소가 영변 주변 위성 사진을 분석해 이 같은 잠정 결론을 내렸다. 지난달 31일 미국의 인공위성이 잡은 영변 원자로 부근의 터빈 건물에서 흰색 연기가 피어오르는 장면을 담은 사진이 단서가 됐다. 한미연구소가 운영하는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는 원자로 주변 건물에서 피어오른 연기의 색깔과 양으로 미뤄 북한이 이미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했거나 가동 준비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했다.

북이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했다고 해서 새삼 놀랄 일은 아니다. 북은 그동안 여러 차례 영변 원자로의 폐기와 재가동을 되풀이해 왔다. 지난 2007년에는 영변 핵시설을 폐쇄'봉인하는 대가로 경수로 원전과 중유'식량 제공 등을 약속받았다. 하지만 북은 중유와 식량만 제공받고는 원자로를 재가동했다. 2008년에는 영변 핵원자로의 냉각탑을 폭파하는 쇼도 벌였다. 핵실험 등으로 긴장도를 높이던 지난 4월에는 노골적으로 폐쇄했던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하겠다고 선언했다.

북이 영변 핵원자로를 재가동한다면 이는 핵 프로그램의 중단을 명령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해당한다. 북 비핵화를 전제로 추진되고 있는 6자 회담에 대해서도 거부 의사 표시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국제사회에 북한은 여전히 믿을 수 없는 국가라는 사실을 알릴 뿐이다.

영변 원자로 재가동 소식에 국제사회가 발끈하고 있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북한은 영변 핵원자로에서 나온 폐연료봉을 재처리해 핵연료인 플루토늄을 만들었다. 그동안 두 차례 핵실험에 사용된 플루토늄도 여기서 나온 것이다. 북이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하면 연간 핵폭탄 1개 이상을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또 얻게 된다. 게다가 1950년대 만들어진 영변 핵시설은 기술적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은 영변 원자로에 대해 형편없는 상태라며 한반도에 끔찍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남북은 최근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를 이끌어내는 등 모처럼 대화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도 미국 등에 북 비핵화를 전제로 한 6자 회담을 제의하는 등 회담 재개 분위기 조성에 나서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북이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하면 여론은 싸늘하게 식게 된다. 북은 더 이상 핵 카드를 만지작거릴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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