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탁상행정 더 이상 안 통해, 공무원들 "공부해야 산다"

전문성 경쟁력 강화 나선 관가

경북도청 박사 공무원들로 구성된
경북도청 박사 공무원들로 구성된 '비전 21 경북포럼' 회원들이 경북농업기술원 시범하우스를 둘러보며 연구 과제를 논의하고 있다.

공무원도 변해야 산다. 주민들의 인식 수준은 높아지고 사회'경제 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한다. 옛날처럼 일방적인 탁상머리 정책은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시민사회의 변화 속도에 따라가려면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끊임없는 학습은 필수다. 이 때문에 공무원들도 대학원에 다니거나 다양한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경험하면서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활발한 공부 열정

경북도청 정보통신담당관실에 근무하는 이무순(51'전산 6급) 씨는 지난해부터 경북대 정책정보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커뮤니티 및 사이버심리가 전공이다. 그는 "최근 잇따랐던 청소년들의 학교 폭력과 폭언, 집단 따돌림 등이 SNS를 매개로 이뤄지는 것을 보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각종 스마트 미디어의 역기능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다. 퇴근 후 대학원 수업이 끝나고 귀가하면 자정에 가까운 시간. 피곤한 일상이지만 그는 관심사에 대해 토론하고 공부하는 일이 즐겁다고 했다. 이 씨는 "공직자로서 정보화사회의 발달에 따른 역기능을 해소할 사회적 지원 프로그램과 관련 정책을 개발하고 싶다"고 했다.

경북도청 치수방재과의 최병환(47'시설 6급) 씨도 올해 경북대 산업대학원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토목 설계 방식은 날로 변화하는데 기존의 지식으로는 따라잡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토목직이다 보니 구조물 설계 도면을 보거나 수리계산을 분석해야 하는 일이 많은데 제가 모르는 공법을 적용한 설계를 이용한 현장이 많더라고요.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었죠." 1주일에 이틀씩 학교에 가야 하고 두 자녀의 대학 등록금에 자신의 학비까지 마련하는 일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 그는 "도청에서 학위 취득 지원 제도가 있어서 큰 도움이 됐다"며 "다시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일이 쉽지 않지만 삶의 패턴을 바꾸고 싶다는 욕구가 더욱 크다"고 했다. 그는 수리'수문학 분야를 연구해서 지역에서 발생하는 재해'재난을 분석하고 재난 방지 방안을 연구하는 게 목표다.

경북도내 공무원 4천941명 중 11%인 525명이 석'박사다. 이처럼 공부하는 공무원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기술은 날로 발전하고 정보량은 급격히 많아지고 있어 전문 지식을 쌓지 않으면 제대로 행정을 펼 수 없기 때문이다. 또 고학력 신규 임용자들이 늘어나면서 중단했던 전공 분야에 대한 공부를 원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공부에 도전하는 직원들이 늘면서 학비 지원 신청자 수도 늘고 있다. 경북도는 대학원 석사과정에 등록할 경우 한 학기당 최대 150만원, 등록금의 70%까지 지원하고 있다. 올해만 18명이 신청했고, 전체 수혜자는 60여 명에 이른다. 채장희 경북도 농업기술원장은 "전공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으면 주민들을 설득할 수 없다"고 했다. 채 원장은 "공무원도 살아남으려면 공부를 할 수밖에 없다"며 "업무 부담 때문에 공부를 시작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은데 주변에서 공부를 권장하고 독려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채로운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

공무원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역량 강화 프로그램도 적지 않다. 수준 높은 행정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공무원의 능력향상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경북도는 2010년부터 전략프로젝트 현장교육을 도입했다. 전국의 대형 국책사업 및 주요 프로젝트 현장을 방문하여 벤치마킹하는 교육으로 지금까지 35차례에 걸쳐 1천500여 명이 참여했다. 이론과 현장이 맞지 않아 시행착오를 겪는 사례를 줄이기 위해서다. 이 프로그램에는 도청 직원뿐만 아니라, 시'군 공무원들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 정책을 직접 집행하는 곳이 시'군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올 들어서는 7급 이하 40세 미만 직원 100명으로 '창조경북 주니어포럼'을 구성하고 지속적인 교육을 하고 있다. 차세대 젊은 직원들을 집중 양성해 미래의 행정환경 변화에 대응하겠다는 것. 이들은 일자리 창출과 투자유치, 문화관광 등 6개 분과로 편성돼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 경북도는 기존에 박사 공무원으로 꾸린'비전 21 경북포럼'과 함께 주니어포럼이 정책 창출을 위한 쌍끌이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북의 정신 알기 교육의 하나로 경북 정체성교육도 도입했다. 화랑'선비'호국'새마을운동 등 대한민국 대표적 정신문화의 원류가 경북이라는 점에 착안해 미래지향적인 공직 가치관을 확립하는 게 목표다. 지금까지 23차례에 걸쳐 2천700명이 수료했다.

매월 한 차례씩 국내외 석학을 초청해 강연을 듣는 '새경북아카데미'는 벌써 100회를 맞았고,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를 돕는 찾아가는 문화예술체험교육도 연간 2천여 명이 수강하고 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직원들의 전문 지식과 기술을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들도 도입됐다. 경북도청 행정정보시스템에는 석'박사 공무원들의 논문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학위논문' 게시 공간을 마련했다. 석'박사 공무원을 전공별로 분류해 각 분야별로 태스크포스를 구성할 때 우선 배치하는 인재풀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누구나 필요할 때 자료를 검색해서 활용할 수 있는 점이 특징. 이와 함께 석'박사 공무원들이 누가 있는지 파악해 공개하고 분야별로 전문지식을 가진 공무원이 업무와 연관된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온라인 공간도 마련했다. 박사 공무원 연구단체인 '비전 21 경북포럼'이 내놓은 연구 자료들도 모두 공개한다. 주낙영 경북도 행정부지사는 "날로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는 현실과 치열한 지역 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공무원의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며 "공무원 개인의 능력을 높여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수준 높은 행정서비스를 공급하기 위한 장기적인 비전"이라고 밝혔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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