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일명 '나갈래 고양이' 라고 불리며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던 영상이 있었다. 외국인이 자신의 고양이를 목욕시키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었는데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은 바로 그 고양이가 내는 울음소리였다. 목욕을 당하며 울고 있는 고양이의 외침이 우리말의 '나갈래'와 몹시 흡사했다. 영상을 처음 봤을 때 '조작한 게 아닐까?' 하고 의심이 들 정도의 분명한 발음에 놀라 유심히 살펴봤지만 소리가 날 때마다 정확하게 고양이 입이 벌어졌고 몇 번을 돌려가며 자세히 들어보니 확실히 사람의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분명 '나갈래'라는 말로 들렸다.
너무 신기하기도 했고, 애처롭게 나가겠다고 외쳐대는 고양이 모습이 불쌍하면서도 귀여워서 오빠랑 몇 번이고 웃으면서 돌려봤다. 며칠 전 다시 그 고양이가 생각나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우리나라에도 목욕할 때마다 '나갈래'라고 외치는 고양이가 있었다. '루벤'이라는 이름을 가진 하얀 고양이는 역시 또렷한 목소리로 목욕을 시키는 반려인에게 '나갈래'라고 울어댔고 나가고 싶은지 물어보는 주인에게 '응~'하고 대답까지 했다.
나는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하면서도 한 번도 그런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우리 집 두 녀석도 목욕시킬 때 싫어하는 것은 매한가지지만 그저 목 놓아 '아옹'거릴 뿐이다. 이렇게 몇몇 고양이들만이 낼 수 있는 신기하고 특이한 목소리인 만큼, 일종의 그런 녀석들만의 '특기'나 '장기'라고 칭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특색 있는 모습은 비단 화제가 된 유명한 반려동물들에게서만 나타나는 건 아니다. 친구네 집 강아지 곰돌이는 '곰돌이 발!'이라고 말하면 낮게 그르렁 거린다. 눈앞의 친구의 행동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했지만 수화기를 곰돌이 귀에 가져다대고 '곰돌아 발' 이라고 말해도 똑같이 '그르렁' 소리를 내는 모습에 감탄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워낙 말귀를 알아듣는 녀석이라 '산책', '간식'같은 말은 척척 알아듣고 심지어 동물 병원에 가면 늘 의사선생님에게 듣는다는 '곰돌이 어디보자' 라는 말을 흉내 내 말하면 으르렁 거리며 싫은 티를 내곤 한다.
곰돌이나 루벤과는 다르지만 우리 집 녀석들 역시 나름대로 특기가 있다. 우선 체셔의 특기는 '부엌으로 이끌고 가기' 이다. 뭔가 씁쓸한 이름의 특기이긴 하지만 체셔가 가장 잘하는 게 뭘까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모습이다. 체셔는 앉아 있는 내 뒤로 조용히 다가와 툭툭 치거나, 자고 있는 나에게 자신의 얼굴과 축축한 코를 비벼서 깨운 후 부엌으로 향한다. 게다가 무작정 부엌으로 향하기보다는 내가 일어난 것을 확인하고 걸음을 옮기며 내가 잘 따라오고 있나 뒤를 돌아보며 감시까지 한다. 조금이라도 멈춰서 가만히 있으면 그 즉시 다가와 몸을 다리에 비벼대며 부엌으로 다시 이끈다. 이 때의 체셔의 고집과 끈기는 정말 보통이 넘는다.
체셔가 부엌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까닭은 바로 '부엌=맛있는 통조림이 있는 곳'이라는 인식이 너무나 뿌리 깊게 박혀있기 때문이다. 앨리샤의 경우엔 가족들의 재채기 소리에 대답하는 것이 특기다. 오빠나 내가 '에취'하면 자다가도 '아옹'하고 작은 목소리로 울어준다. 평소보단 조금 얇고 가느다란 울음소리를 내기에 '걱정하는 것' 혹은 '시끄럽다고 칭얼대는 것'이 아닐까 추측되지만 아무래도 우리는 전자라고 믿고 싶다. 혹시나 가족들이 감기에 걸린 것은 아닐까 걱정하는 우려의 목소리라고 말이다.
여러 반려동물의 특색 있는 모습들을 찾아보면 사람과 별다를 바 없어 보인다. 사람들이 개개인이 특징을 지니고 있듯 동물들도 '자연적으로' 또는 '주위 환경' 속에서 그만의 버릇이나 특기가 생겨나고 있었다. 얼핏 보면 비슷하지만 삶 속에서 조금씩 자신만의 모습을 만들어 간다는 것, 이건 바로 살아 숨 쉬는 생명체들이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싶어 묘하게 감격스럽기까지 하다.
장희정(동물 애호가)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
'어대명' 굳힐까, 발목 잡힐까…5월 1일 이재명 '운명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