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셋째 형님은 추석에 아이들이 수확할 수 있는 걸 미리 준비해뒀다가 추석을 쉬고 TV와 휴대폰 속에서 노는 아이들을 밭으로 불러냈다.
작년에 고구마 수확을 체험해본 아이들은 올해도 고구마 캐러 가자는 말에 즐겁게 준비하고 따라나섰다. 올핸 다른 해보다 추석이 보름 이상 빨라 고구마 줄기를 걷어내고 고구마를 캤지만 아직 고구마가 많이 굵지 않아 좀 더 두었다 10월에 마저 캐자고 결론을 보고 3분의 1 고랑만 수확하고 멈추었다. 형님은 또 다른 밭에 수확할 땅콩이 있다고 하면서 아이들을 트럭 뒤에 싣고 2차 수확 장소로 옮겨갔다. 4고랑에 빼곡히 땅콩이 심겨져 있었다. 땅콩이 나무에서 열리는 줄 알았다는 녀석들은 땅속에서 얼굴을 내미는 땅콩을 너무 신기해했다.
하지만 그 많은 뿌리 속에 조롱조롱 달려 있는 땅콩을 한 알 한 알 뜯어내면서 쌓여 있는 땅콩이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즐겁던 체험은 노동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그만 하고 집에 가져가서 다 같이 하자는 둥, 내년엔 고구마만 많이 심고 땅콩을 심지 말아 달라는 둥, 볼멘소리들이 들렸다.
하는 수 없이 4고랑 중 2고랑만 수확하고 마지막으로 포도밭으로 가 포도를 한 상자 따서 돌아왔다.
어른들이 음식준비와 여러 가지 일들로 분주할 때 아이들은 늘 방안에서 각자 놀았었는데 이렇게 수확을 하며 노동을 하고 돌아오니 밥도 두 배로 먹고 더 풍성한 추석 명절이었다.
형님! 고마워요. 내년 추석은 또 무엇을 수확할 수 있을까. 벌써 기다려진다.
배경희(대구 남구 대명동)
◆'우리 가족 이야기' 코너에 '나의 결혼이야기'도 함께 싣고자 합니다.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사랑스럽거나 힘들었던 에피소드, 결혼 과정과 결혼 후의 재미난 사연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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