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K2 소음 피해 지역 또 달라진 지도

비대위 피해보상 주민설명회

26일 대구 동촌농협 대회의실에서 전투기소음피해보상 비상대책위원회 주최로 소음감정결과에 대한 주민설명회가 열린 가운데 대회의실을 가득 메운 주민들이 양승대 비대위원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26일 대구 동촌농협 대회의실에서 전투기소음피해보상 비상대책위원회 주최로 소음감정결과에 대한 주민설명회가 열린 가운데 대회의실을 가득 메운 주민들이 양승대 비대위원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전투기소음피해보상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기존의 K2공군기지 소음피해 배상에서 제외됐던 곳을 추가로 포함한 소음 감정결과를 제시, 자칫 주민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소음영향도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민간단체인 비대위가 소음피해 추가 배상이 가능한 것처럼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대위는 26일 오후 대구 동구 입석동 동촌농협에서 주민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시립대가 수행한 소음 감정결과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양승대 비대위 위원장은 "소음피해 배상의 기준이 된 85웨클(WECPNL) 소음등고선의 위치가 올 8월 감정 결과 1, 2차 배상 때보다 확대됐다"고 주장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그동안 배상을 받지 못했던 곳 중에 ▷동구 방촌동, 동촌동, 지저동은 금호강 둑까지 ▷해안동은 경부고속도로 안쪽까지 ▷불로동은 평광아파트까지 ▷도평동은 청구아파트 뒤편까지 85웨클 지역으로 지정돼 과거 판례에 따라 배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반면 동구 반야월(율하동과 율암동 일부) 지역과 북구 검단동 지역은 다소 줄어든다고 비대위는 밝혔다.

소음등고선이 달라진 가장 큰 이유는 K2 공군기지의 주력 전투기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과거 배상 땐 주력 전투기가 F-4D와 F-5, F-16 등이었지만 현재는 F15k로 교체됐다. 엔진출력이 향상된 F15k가 이륙할 때 상승 각도를 과거보다 높여 이륙거리가 짧아졌다. 이 때문에 긴 타원 모양의 소음등고선이 동서쪽은 줄어들고 남북쪽은 넓어진 모양이 된 것이다.

이 같은 비대위의 소음 감정결과 발표에 추가로 소음 피해지역에 포함된 주민들은 반기는 반면, 제외되는 주민들은 크게 아쉬워했다. 동구 지저동의 박정희(71'여) 씨는 "과거 피해 배상 소송에 참여하면서 통장까지 만들었지만 10원 한 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올해 초 남편까지 세상을 떠났다"며 "비대위의 말대로 하루빨리 배상금을 받기 위해 소송에 다시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구 방촌동의 홍송자(72'여) 씨는 "그동안 사는 곳이 소음기준선 밖에 있다는 이유로 배상금을 받지 못했다"며 "오늘 설명을 들으니 이제 과거 소송 때 억울하게 받지 못한 금액까지 더해서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고 했다.

문제는 정부의 소음영향도 조사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주민들이 마치 당장 배상을 받을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는 데 있다. 올 11월 말 종료될 것으로 보이는 국방부의 소음영향도 조사결과가 비대위의 결과와 일치하지 않을 경우 이해관계에 따라 주민들끼리 편이 갈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연이자 반환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의 한 위원은 "비대위의 조사결과를 믿고서 추가로 피해 배상 대상에 포함됐다고 들떴다가 나중에 정부안에서 빠질 경우 주민들의 상실감은 더 클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대구 동구청 환경자원과 관계자는 "비대위의 자료는 확정된 자료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정부 조사결과가 나오면 함께 비교를 해본 뒤 주민들에게 알려도 늦지 않다"며 "앞으로 주민 갈등을 증폭시키는 피해 배상 소송의 형태가 아니라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군용비행장 소음방지 및 소음대책지원 법률'이 제정돼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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