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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값 준다더니…회사엔 알리지 말라?

휴대폰 보조금사기 기승

고가의 스마트폰을 저렴하게 구입하고 싶은 소비자들의 심리를 이용해 보조금 지원을 약속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는 사기가 빠르게 늘고 있다. 휴대폰 대리점이 모여 있는 대구 동성로 통신골목 모습. 매일신문 DB
고가의 스마트폰을 저렴하게 구입하고 싶은 소비자들의 심리를 이용해 보조금 지원을 약속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는 사기가 빠르게 늘고 있다. 휴대폰 대리점이 모여 있는 대구 동성로 통신골목 모습. 매일신문 DB

휴대폰 보조금 지원을 약속한 뒤 폐업하는 이동통신사 대리점'판매점의 '먹튀' 사기가 늘고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소비자문제연구소 컨슈머리서치는 "대리점'판매점의 폐업으로 약속했던 지원을 받지 못한 경우 이동통신사에 내용증명서 등을 보내 계약이행을 요구할 수 있지만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입증하지 못하면 사실상 통신사 측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며 "반드시 계약서에 지원 내용을 적어둬야만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화나 온라인으로 휴대폰 보조금 사기행각

지난 7월 이동통신 유통 시장에서 거액의 휴대폰 보조금 사기 행각을 벌인 한 판매점이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이 추산한 피해액은 약 18억원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판매점은 올해 1월 스마트폰을 저렴하게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이용해 약 60만원가량을 페이백(휴대폰 구입 후 일정기간이 지난 후 약속된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해 준다고 약속했다. 이들은 비공개 카페에서 소비자들의 정보를 받은 후 휴대폰을 개통시켜주고 약속된 페이백을 지급하지 않았다.

임모 씨의 경우 전화로 가입을 권유받았다가 피해를 당했다. 임 씨는 지난 6월 "휴대전화기를 최신 기종으로 바꿔준다"는 전화를 받았다. 남은 할부금 40만원과 기기값, 가입비, 유심비 등을 지원해준다는 말에 통신사를 이동해 휴대폰을 교체했다. 대리점 직원은 "지원해준 사실이 알려지면 영업정지를 당하기 때문에 알리지 말아 달라"며 지원금은 24개월로 나눠서 8월 말일부터 입금해준다고 했다. 이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던 임 씨는 최근 느닷없이 통신사 지점의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휴대전화를 개통해준 대리점이 폐업신고를 하고 도망갔다는 내용으로 지원해주기로 약속한 혜택을 모두 받으려면 민사소송을 하라고 했던 것. 임 씨가 대리점을 내준 지점에서 보상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으나 지점 측에선 자기들도 피해자라고 되받아쳤다.

임 씨는 "100만원이나 되는 휴대폰을 선뜻 구매하게 해놓고 이제 와서 모든 책임을 소비자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피해자가 600명이 넘는다는 얘길 들었다"고 말했다.

◆지원내용 반드시 계약서에 명시해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휴대폰 보조금 약정 불이행' 관련해 올해 1~5월 접수된 상담 건수는 총 93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4건보다 10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 5월까지 소비자원에 피해구제가 접수된 108건 중에서는 가입자의 81%가 계약서를 아예 받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화를 받아 가입하거나, 정부의 초과 보조금 지급 규제를 의식해 계약서에 보조금 지원 내용을 명시하지 않은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계약서가 없으면 판매점에서 보조금을 지원해준다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폐업하더라도 이동통신사에 책임을 묻기 어렵기 때문에 휴대전화 개통 시 구두로만 약속하지 말고 지원내용과 금액을 가입신청서에 명시해둬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약정금액이 파악되는 81건을 분석한 결과, 판매점에서 약속한 보조금 액수는 이동통신사의 약정 보조금(단말기 대금 할인액)을 포함해 평균 69만원으로 나타났다. 보조금 지급 허용 상한액이 27만원이지만 88% 이상이 상한액을 초과했다.

소비자들은 단말기 보조금을 받을 때 보조금을 누가 지급하는지 지급금액이 얼마인지 등 약정 내용을 계약서에 포함시키고, 단말기 대금 할인과 약정요금 할인을 구분해 계약해야 한다.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 피해를 줄이고 이동통신사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관계기관에 휴대폰 보조금 지급 요건과 공시 방법 등 휴대폰 보조금 공시 기준을 마련하라고 건의했다"고 밝혔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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