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히스토리/ 데이비드 크리스천, 밥 베인 지음/ 조지형 옮김/ 해나무 펴냄
우주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날처럼 작동하게 되었을까. 왜 우리는 거대한 우주 속에 존재하는 것일까. 인간은 무엇이며, 인간의 역사는 무엇일까. 모든 것이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이 책 '빅 히스토리'는 137억 년 동안의 문제, 즉 우주, 지구, 지구 상의 생명, 인류의 진화에 대한 질문과 대답이다. 1초에 하나씩 숫자를 센다고 할 때, 137억 년을 센다면 438년이 걸린다고 한다. 이 책은 이렇게 긴 시간 동안 발생했거나 출현했거나 완전하게 변해버린 것들에 대한 스토리이다. 이 거대한 이야기에 대한 질문이자 답을 제시하는 형식이므로 갖가지 질문과 이에 대한 답은 짧다. 답을 제시한다기보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갖가지 현상들에 대한 거대한 질문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적합하겠다.
호주 매쿼리 대학 데이비드 크리스천 교수와 미국 미시간 대학 밥 베인 교수가 강의한 '빅 히스토리 핵심강의' 시리즈를 단행본으로 묶은 책이다. 천문학, 물리학, 생물학, 고고학, 인류학 등 여러 학문 분야를 넘나들며, 137억 년의 우주적 관점에서 자연과 인간의 역사를 조망한다.
두 지은이는 우주에서 완전히 새로운 특징을 가진 새로운 것들이 점진적으로 출현해 왔다는 큰 전제 아래, 전 우주의 역사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여덟 가지 임계국 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임계 국면이란 우주의 긴 역사 전체에 걸쳐 놀라운 방식의, 더욱더 복잡한 방식의, 혁신적인 것들이 출현한 전환점을 말한다. 첫째는 빅뱅(137억 년 전), 두 번째는 별의 출현(135억 년 전), 세 번째는 새로운 원소의 출현(135억 년 전), 네 번째는 태양계와 지구의 출현(45억 년 전), 다섯 번째는 지구에 생명 등장(38억 년 전), 여섯 번째는 집단학습의 시작(20만 년 전), 일곱 번째는 농경의 시작(1만 1천 년 전), 여덟 번째는 근대혁명(250년 전)을 말한다.
책은 137억 년 동안 펼쳐진 우주의 탄생과 변화를 시간 순서대로 따라가면서, 자연의 역사와 인간의 역사를 하나의 거대한 스토리로 설명한다.
책은 질문한다. '왜 별들은 클까. 왜 우리는 거대한 우주 속에 작지만 특별한 곳에, 생명들로 가득한 이 작은 행성에 자리 잡게 되었을까.'
사실 이 같은 질문은 동서고금을 거쳐 끊임없이 제기된 것들이다. 철학자뿐만 아니라 지질학자, 생물학자, 천문학자, 물리학자, 역사학자, 인류학자들이 계속 이런 질문을 던졌다. 두 지은이는 '만약 우리가 인류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인류가 유인원에서 어떻게 진화했는지 질문해야 한다. 더 거슬러 올라가 어떻게 유인원으로 진화했는지 질문해야 한다. 마침내 지구 상에 존재하는 혹은 존재했던 생명의 기원에 대해 질문해야 한다. 끝내는 지구의 기원은 물론이고 우주 전체의 기원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이런 질문들은 거대하고 모호해 보이지만, 이런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함으로써 나는 누구인지, 무엇의 한 부분인지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책은 별과 태양, 달과 산과 바다, 식물과 동물, 인류의 기원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한다. 그러나 이 설명이 완벽하지는 않다고 덧붙인다. 지금까지 나온 질문과 답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가장 믿을 만한 지식에 근거했을 뿐이며, 새로운 지식이 나오는 대로 빅 히스토리의 역사는 계속 조정되고 향상되어야 한다'고 덧붙인다. 새로운 지식의 발견은 '빅 히스토리'라는 학문을 붕괴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빅 히스토리'를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사 공동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빅 히스토리 프로젝트' 교육과정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데, 그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학문을 '빅 히스토리'라고 소개했다. 빅 히스토리가 긴 시간을 다루는 학문이어서가 아니라 '어느 다른 분야보다 포괄적이며, 우리가 자연과학에서 배우는 것과 역사학, 경제학에서 배우는 모든 것들을 융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429쪽, 1만5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