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특한 브랜드 이름의 탄생 비밀

'희'자 돌림 세 딸 생각…서희건설, 영어 홍수 속 한자어 고집…래미

사람의 이름만큼 회사명이나 브랜드 이름도 중요하다. 처음 회사나 브랜드를 접하는 소비자에게 특이하거나 기억에 남는 이름은 강한 인상으로 남아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하기 때문이다. 부르기 쉬우면서도 독특한 브랜드 이름, 여기에 스토리와 특별한 의미까지 담겨 있다면 이름 하나만으로도 소비자를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딸 사랑 녹아있는 건설업계

아파트 브랜드 시대의 문을 열었다고 평가되는 삼성 '래미안'(來美安)은 외국어 브랜드 이름의 홍수 속에서 한자어로 작명해 눈길을 끌었다. '래미안'은 '미래지향적이고 아름답고 안전한 아파트'라는 의미로 건설사가 추구하는 건설철학이 담겨 있다. '래미안'은 지난 4년간 아파트 브랜드 순위 1위를 지켜올 정도로 소비자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다. 대우건설의 '푸르지오'도 건설사가 지향하는 아파트의 모습을 브랜드 이름에 담았다. '푸르다'에 지구'대지를 상징하는 'GEO'를 합성해 친환경을 앞세웠다.

창업주의 '딸 사랑'이 반영된 사례도 많다. 서희건설의 이봉관 회장은 세 딸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담아 사명을 지었다. 서희건설 관계자에 따르면 경상도 출신인 이 회장은 딸 셋을 뜻하는 숫자 3 '서이'라는 말에 딸들의 이름 돌림자인 '희'를 붙여 서희건설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반도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유보라'에도 딸 사랑이 반영되어 있다. 권홍사 회장의 큰딸 이름 '보라'에서 따온 것으로 '잘 키운 딸을 시집보내는 마음으로 아파트를 분양한다'는 권 회장의 건설철학이 투영되어 있다. 딸의 이름 보라에 '언제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라틴어 유비쿼터스(Ubiquitous)의 약자인 '유'를 더해 '유보라'라는 브랜드가 탄생했다.

◆디자이너 이름이 브랜드인 패션업계

패션업계는 주로 디자이너나 창업주의 이름을 딴 브랜드가 많다. 청바지의 원조 브랜드인 리바이스의 경우 광부들이 잘 찢어지지 않는 튼튼한 바지를 원하자 텐트를 이용해 청바지를 만들었는데 이를 개발한 사람이 '리바이 스트라우스'였다. 이후 브랜드 이름을 리바이 스트라우스의 약자를 이용해 리바이스(Levi's)로 정한 것.

명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패션 브랜드들도 대부분 창업주의 이름을 딴 사례가 많다. 프라다의 경우 1913년 가죽제품 매장을 연 마리오 프라다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왔고, 여행용 트렁크로 시작한 루이비통도 파리에서 여행 짐을 꾸려주는 일을 하던 루이비통이 창업한 브랜드다. 여성들의 로망으로 여겨지는 퀄팅백으로 유명한 샤넬도 여성들에게 심플한 투피스, 승마바지, 재킷 등을 선보여 열렬한 지지를 얻은 가브리엘 샤넬이 만든 브랜드다.

패션의 도시 대구 지역의 패션 브랜드들도 상당수 디자이너의 이름을 따서 브랜드 이름을 만들었다. 최복호 디자이너의 씨앤보코(C&BOKO)는 최복호패션에서 시작한 브랜드로 디자이너의 이름을 발음 나는 대로 표현한 '보코'에 문화를 의미하는 컬처(Culture)의 약자를 사용해 패션뿐 아니라 각종 문화를 패션에 접목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지역 브랜드 도호(DOHO)도 김우종 대표의 부인인 고(故) 도향호 디자이너의 이름에서 따온 브랜드다.

브랜드의 지향점이나 콘셉트를 담은 이름들도 있다. 김건이 디자이너의 '앙디올'은 360도를 한 바퀴 돈다는 발레용어로 브랜드가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기를 바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톡톡 튀는 IT 업계 브랜드

IT 업계에서는 회사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듯한 독특한 이름을 짓는 경우가 많다. 수많은 마니아층을 만들어내며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스티브 잡스는 당시 전화번호부에 게임기 회사였던 아타리(Atari)보다 앞에 있다는 점 때문에 애플(Apple)이라는 이름을 선택했다고 한다. 하지만 잡스가 청년 시절 사과농장에서 일했던 추억이 회사 이름을 짓는 데도 영향을 미쳤다.

구글은 실수로 만들어진 이름이다. 구글의 창업자인 래리페이지와 세르게이는 10의 100제곱을 뜻하는 구골(GooGol)을 검색 서비스 이름으로 사용하려고 했다. 그만큼 거대하고도 방대한 검색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를 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수로 구골이 아닌 구글(Google)이라는 이름을 짓게 됐고, 며칠 뒤 실수를 알게 됐지만 두 창업자는 구글이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어 계속해서 사용하게 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트위터의 공동설립자 비즈스톤은 처음 이 서비스를 접하고 새들이 소통하는 방식을 떠올렸다고 한다. 짧은 메시지로 수많은 사람들이 반응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점이 새들의 소통과 비슷하다는 생각에 새 소리를 연상시키는 '트윗'이라는 단어를 제안했다. 이것이 발전해 현재 수억 명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트위터라는 이름이 탄생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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