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미애 교수의 부부'가족 상담이야기] 청소조차 않고 살만 찌는 아내

◇고민=제 아내는 집안 청소를 거의 하지 않습니다. 거실엔 과자 봉지와 옷들로 어질러져 있고 거기에 벌레들이 몰려들어 발조차 들여놓기 어렵습니다. 또 주방 개수대엔 그릇이 산더미같이 쌓이기 일쑤입니다. 우리 집안은 그야말로 돼지우리나 다름이 없습니다. 게다가 아내는 툭하면 아이들에게 밥을 지어주는 대신 음식을 주문해서 먹이는데 아마 제 봉급의 반 이상은 외식비로 지출되는 것 같습니다. 또 저와 살기 싫다 하면서 저에 대한 불평과 불만을 늘어놓는 일도 많습니다. 남편인 제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무시하며 함부로 대한다고 히스테리를 부립니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아이들을 괴롭히고 함부로 대하며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날마다 살이 찌는 아내의 모습도 진절머리가 나고 퇴근 때마다 전쟁을 치른 것 같은 집안을 보는 것이 너무너무 괴롭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솔류션=결혼한 남성 입장에서는 이왕이면 부인이 살림도 잘하고, 음식 솜씨도 그만이어서 맛깔스런 음식들을 장만하여 가족들에게 따뜻한 공간을 마련해주길 바랄 것입니다. 특히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온 배우자에게 있어 가정이란 편히 쉬는 공간이어야 하며, 맛난 간식들이 제공되는 쏠쏠한 재미와 편안함도 필요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인께서는 이 모든 남편의 바람을 한번에 무너뜨리고 있어 귀하는 결혼생활에 실망하고 지쳐 있어 보입니다.

함께 생각해 볼 것은 귀하의 부인은 왜 이렇게 재미없는 결혼생활을 하며 집안을 가꾸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상대로부터 실망스러운 일을 당하면 그 원인을 상대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부인에게 더 큰 억울함만 주어 문제해결을 어렵게 합니다.

귀하께서는 그 원인을 좀 더 넓혀 부인의 문제를 보고 비난하기보다는 귀하께서 도울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게 어떨까요? 먼저 생각할 것은, 부인이 아이들 식사 대부분을 외식에 의존하여 돈을 낭비하는 것은 누구에게 가장 스트레스를 줄까요? 또 집안을 발 디딜 틈이 없도록 어설프고 복잡하게 만들어 놓을 때도 누가 가장 실망하고 속이 상할까요? 아무것도 모르는 철없는 아이들일까요? 귀하일까요?

만일 여기서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이가 귀하라면 부인의 행동은 귀하를 향한 간접적인 공격일 수 있을 것입니다. 즉, 부인의 행동 이면에는 남편에게 실망하고 분노한 감정이 미해결된 채 있다가 남편이 가장 고통스러움을 느끼는 일들로 되돌려 주는 것일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 이유는 자신에게 유일한 이성이자 남자인 남편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여자는 심리적으로 자존감이 떨어지고 극심한 우울증까지 갖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부인은 일상에서 아무런 재미도 없고 희망이 없답니다. 그래서 부인은 가정에서 따뜻한 온기 대신 피폐한 모습으로 남편을 무력하게 하고 불행함을 느끼게 한답니다.

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으로는 귀하가 지금 당장 부인에게 다르게 대하는 방안을 찾는 것입니다. 지금 부인에게는 따뜻한 부부의 대화가 필요합니다. 그녀를 다독여주고 남편의 깊은 속사랑을 되돌려 주세요. 그녀를 외롭게 두지 마시고 존중감을 높여주는 방향으로 행동을 변화시켜 보세요. 남편의 그러한 노력은 정갈해지는 주방에서부터 그 결실이 보일 것입니다.

대구과학대 교수 대구복지상담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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