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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초 이야기] 엽예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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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삼월은 춘란 꽃이 만발해 형태도 다양하고 꽃의 색도 여러 가지다. 자세히 보면 꽃의 표정도 각양각색이다. 가을이 되면 봄과는 다른 특성을 드러낸다. 4월에 표토를 뚫고 나타난 새로운 촉들이 다 자라 부모 촉의 특성을 이어 잎끝이 둥글거나 날카롭게 자란 것이 있다. 또 잎이 서 있거나 누운 채로, 잎의 두께가 두껍거나 얇게, 잎의 길이가 길거나 짧게, 잎의 표면이 매끈하거나 거칠게, 잎의 색상이 푸르거나 노랗게 꽃처럼 자란 것도 있다.

그야말로 10월은 3월에 이어 또 다른 춘란의 달이다. 신촉이 난 분토 위로 뾰족하게 내미는 4월경부터 집중생장(集中生長)을 하는 7, 8월경을 지나 완숙(完熟)을 하는 9, 10월로 이어진다. 이때 아름다운 줄무늬와 화려한 얼룩무늬가 녹색의 잎에 유화를 그린 듯 배어 나오는 모습은 세상 어떤 것보다 황홀하고 아름답다. 가히 춘란은 신이 내린 선물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이를 위해 전년도 11월경부터 열심히 채광시키고 영양제를 주며, 병충해 방제를 통해 영양 상태를 좋게 해 3, 4월 분갈이를 하는 등 6개월여 동안 열심히 가꾼다. 그리고 전시회에 출품하는 것으로 보상받는다. 이때는 하루하루가 즐겁다. 한국춘란엽예품(葉藝品)전시회는 매년 개최되는데, 이달 19, 20일 울산에서 열린 영남권 권역 전시회에서 촉당 3억5천만원을 호가하는 천종(天種)이란 난초 4촉이 출품돼 화제를 모았다. 대구에서도 다음 달 9, 10일 동구문화예술회관에서 전시회가 열린다.

이런 전시회나 시합에 가 보면 황홀한 난초의 세계가 눈앞에 펼쳐진다. 수백 분의 춘란 엽예품들이 즐비하게 진열돼 있으며, 수천 명의 사람들이 관람한다. 잘 기른 난을 예쁜 좌대(座臺)에 올려놓았을 때, 그 희열과 뿌듯함은 난을 길러본 사람만이 안다. 일에서 은퇴해 건조한 삶을 살아가는 중년의 삶에서 이같은 기쁨과 보람이 또 있을까? 엽예의 계절 10월은 춘란에게는 풍요의 계절이자 결실의 계절이다.

이대건(난초 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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