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과 피아노, 해금.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동서양의 세 악기 연주자가 '아리랑'과 '어메이징 그레이스' 등을 연주하며 런던 시내와 프랑스 에펠탑 앞, 인어상이 있는 코펜하겐에서 거리 공연을 펼친다. 영국의 세계적인 록 페스티벌 축제인 글래스턴베리축제에도 초청돼 한국인 최초로 공연을 했다. 이제 존재감이 알려지면서 초청하는 곳도 생겨나고 방문하는 나라 수도 늘어나고 있다.
바이올린 이주희(34), 해금 임가은(26), 피아노 주은정(30) 씨 등 여성 3인조 그룹 '비아트리오'(VIA TRIO)가 그 주인공이다. 모두 대구 출신 젊은이들이다. 올 6월에는 4집 앨범을 들고 40여 일간 유럽 전역을 누비고 다니며 공연을 펼쳤다. 2009년, 2011년에 이어 세 번째 유럽 공연이다.
◆ 2009년 처음 유럽에 갈 때는 초청하는 사람도 없고, 설 무대가 없어 거리 공연을 주로 했지만 이제는 당당히 초청을 받아 무대에 선다. 영국 글래스턴베리페스티벌 주최 측으로부터 2011년에 이어 다시 초청을 받았다. 글래스턴베리축제는 매년 6월 마지막 주, 영국 남서부 서머싯 주 워디 팜에서 열리는 록 페스티벌로 세계적인 뮤직 축제이다. 글래스턴베리축제뿐만 아니라 에든버러, 프린지, 프랑스 아비뇽 축제까지 이제 비아트리오가 가지 않는 곳은 없다.
바이올린-피아노-해금의 화음
◆ 6'7월 투어때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도 공연을 했다. 리더 주희 씨는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연주를 시작하면 관객은 처음 보는 신비로운 광경과 낯선 멜로디에 관심을 보인다. '아리랑'과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연주한 뒤 '한국에서는 어메이징 그레이스만큼 유명한 곡인가 보지?' 하고 물어 오면 '우리의 투어 목적이 달성됐구나' 하고 기뻤다"고 했다.
은정 씨는 "유럽인들의 한국음악에 대한 반응은 놀라울 정도로 대단했다"며 "앞으로 준비를 더 철저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매번 하게 된다"고 했다. 팀 막내 가은 씨는 올여름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덴마크 코펜하겐까지 승용차로 800㎞를 달리는 등 힘들었다고 했다. "그렇지만 팬이 있어 행복했다"면서 "그곳 연주는 고생보다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각인됐다"고 했다.
◆대학 시절 뜻이 맞아 함께 연주하게 된 비아트리오 멤버들은 2008년 1집 음반을 내면서 '아리랑'과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섞은 곡을 처음 선보였다. 송힘 '비아트리오' 대표는 "이 곡이 대박을 터트릴 줄은 몰랐다. 히든트랙에 넣어 앙코르곡으로 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정규 레퍼토리보다 반응이 좋았다"고 했다. 비아트리오는 2집부터 국악을 십분 활용했고 2009년 2집을 들고 처음으로 유럽으로 떠나 40일간 영국과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등을 돌며 공연을 펼쳤다. 주로 거리공연을 했다. 유럽을 택한 이유에 대해 송 대표는 "문화의 다양성 때문"이라고 했다.
비아트리오는 동서양 음악을 접목시킨 크로스오버 연주팀이다. '아리랑'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멜로디를 전 세계에 전파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아리랑과 어메이징 그레이스 외에도 고향의 봄-대니 보이, 선구자-소나무야, 섬집아기-모차르트 자장가, 정선아리랑-로렐라이 등 우리와 비슷한 정서와 코드를 가진 유럽의 음악을 혼합시켜 편곡한 곡들을 선보였다.
◆ 아리랑 가능성 믿기에 유럽투어 계속
송 대표는 "아리랑과 어메이징 그레이스, 고향의 봄과 대니 보이는 리듬과 길이가 거의 비슷하다"며 "멜로디만 연주하면 어떤 곡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라 유럽인이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송 대표는 "특히 특이한 바이브레이션으로 우리나라 한(限)의 정서를 잘 표현하고 있는 해금이 주목받고 있다"고 했다.
주희 씨는 "아리랑 선율을 바탕으로 건반과 바이올린의 서양악기와 해금이 어우러지는 연주로 한국이 아닌 파리의 에펠탑 아래, 네덜란드의 풍차 아래, 영국의 거리에서 아리랑을 유럽인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그들의 입가에 미소가 번질 때 한국을 기억하고 비아트리오를 기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아트리오가 적지 않은 공연 비용을 멤버 스스로 충당해가며 유럽 투어를 이어가는 것은 '세계적인 멜로디' 아리랑의 가능성을 믿기 때문이다. 송 대표는 "아리랑은 그 자체로 완벽한 멜로디입니다. 들려주기만 하면 세계인은 한국의 음악뿐 아니라 악기, 옷, 문화에 관심을 품게 된다"며 "유럽을 넘어 전 세계에 아리랑을 알릴 계획"이라고 했다. 또 "각국의 대표 민요를 배워 아리랑과 접목한 '세계의 아리랑'을 만들어 연주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비아트리오는 23일 대구 동촌 아양아트센터(구 동구문화체육회관)에서 '커피&티' 공연을, 다음 달 21일에는 김해 예술의전당에서 콘서트를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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