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What can I do for you?…외국인 대상 서비스 다양해지는 대구

대구를 여행하거나 대구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늘면서 이들을 겨냥한 이색 서비스산업도 잇따라 등장해 눈길을 끈다. 최근 운영을 시작한 자전거 인력거는 문화 전도사의 역할도 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대구를 여행하거나 대구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늘면서 이들을 겨냥한 이색 서비스산업도 잇따라 등장해 눈길을 끈다. 최근 운영을 시작한 자전거 인력거는 문화 전도사의 역할도 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대구 중구에 위치한 한옥 게스트하우스.
대구 중구에 위치한 한옥 게스트하우스.
대구 YMCA의 지원을 받아 외국인들로 구성된 연극팀
대구 YMCA의 지원을 받아 외국인들로 구성된 연극팀 '대구 시어터트룹'.
캠퍼스 내에 있는 여행사는 외국인 학생·교수들이 주요 고객이다. 계명대 제공
캠퍼스 내에 있는 여행사는 외국인 학생·교수들이 주요 고객이다. 계명대 제공

영국 가수 스팅(Sting)이 부른 'English man In Newyork'(뉴욕의 영국인)은 깊어가는 가을에 무척 어울리는 명곡이다. 'I don't drink coffee, I take tea, my dear'(난 커피는 안 마셔요, 차를 마시죠)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노래다.

스팅이 커피숍이 즐비한 미국 뉴욕 거리에서 영국 스타일 찻집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대구를 찾았다면? 무척 난감했을 게 틀림없다. 독특한 영국식 억양은 고사하고 외국인이 그리 많지 않은 지역의 환경 탓에 물어볼 만한 곳조차 찾기 힘들었을지 모른다. 그런 외국인들을 겨냥한 서비스 산업이 대구에도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해 눈길을 끈다. What can I do for you?(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대구가 궁금해요? 궁금하면 읽어보세요!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여행 정보를 얻는 것은 단 몇 번의 클릭으로 가능한 세상이다. 하지만 외국인들을 위해 외국어로 제공하는 '생생한' 정보는 찾기가 만만치 않다. 대구에 사는 외국인들의 경우 한국인 친구들의 도움을 통해 객고(客苦)를 해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그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잡지들이 잇따라 등장했다. '플랫폼 대구'(http://issuu.com/platformdaegu/docs/pfnov)는 지난달부터 발행되고 있는 무료 웹진이다. 대구에 거주하거나 대구를 방문한 외국인들을 위해 특화된 잡지의 성격이다. 전체 36쪽 분량의 11월호는 대구의 동촌유원지, 거리 패션스타일, 맛집, 카페 등을 두루 안내하고 있다. 한국의 교육'영화 산업 등을 소개한 일반 기사 역시 한국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들이다. 현재 독자는 1천여 명 정도이다.

글은 영어로 돼 있다. 영국'미국'호주 등 영어권 국가에서 온 현직 영어 교사'강사 20여 명과 일부 한국인이 자원봉사 형태로 만든다. 대구에 사는 외국인들이 다른 외국인들의 대구 적응을 돕기 위해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플랫폼 대구'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대구에 머물면서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받을 수 있는 잡지를 지향하고 있다"며 "내년 1월부터는 오프라인 잡지 형태로도 펴낼 예정"이라고 전했다.

2008년 '대구 포켓'으로 시작한 '대구 컴퍼스'(http://daegucompass.com)는 벌써 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명물'이다. 4명의 한국인과 40여 명의 대구 거주 외국인이 '외국인의 입장에서' 만들고 있다. 대부분의 기사는 영어로 작성하지만 일부는 한글로도 제공한다.

84쪽으로 구성된 11월호는 대구오페라축제, 막걸리'소주'맥주 등 술 종류별로 어울리는 안주를 내놓는 대구 맛집 탐방 등을 담고 있다. 매달 대구에서 열리는 각종 공연 소식과 앞산 하이킹 코스, 대구도시철도 노선, 도심과 주요 부도심에 대한 상세한 지도도 싣고 있어 한국인 관광객에게도 유용하다. 배달음식점에 전화로 메뉴를 주문하는 도움말은 애교스럽기까지 하다. '여기(yogi) ~인데요(in-dae-yo). 김밥(kimbap) 하나랑(hanarang) 만두(mandu) 가져다 주세요(ga-joe-da-ju-se-yo)'라고 친절히 적어 놓았다.

발행인 하미영 씨는 "참여하는 외국인이 많다 보니 때로는 기사가 넘칠 때도 있다"며 "광고 유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평균 8천 부 정도를 인쇄해 호텔, 공항, 미군부대, 관광안내소 등에 배포한다"고 말했다. 또 PR 매니저인 이유리 씨는 "중국인 유학생, 결혼이주여성이 늘면서 중국어판 발행도 검토하고 있다"며 "최근 들어 대구에 사는 외국인의 국적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고 귀띔했다.

◆세계화 물결 속에 이색 서비스도 등장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의 외국인 주민은 3만2천522명(올해 1월 1일 기준)으로 전체 주민등록인구(250만5천644명)의 1.3%를 차지한다. 2012년 조사 당시보다 1천291명 늘어났지만 국내 총 외국인 주민(144만5천631명)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2.2%에 그치고 있다. 대구가 아직은 '글로벌 도시'라고 부르기에는 다소 부족하다는 의미다. 외국인 주민은 90일을 초과해 거주하는 등록외국인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한 자와 그 자녀 및 한국문화와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자를 뜻한다.

물론 대구를 찾는 외국인 수는 차츰 늘고 있다. 대구시의 '외국인 숙박 현황' 자료를 보면 2008년 10만9천여 건이던 대구의 외국인 숙박건수는 2009년 14만4천여 건, 2010년 16만2천여 건, 2011년 19만6천여 건, 2012년 20만3천여 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는 외국인들을 1차 타깃으로 삼은 숙박 형태인 게스트하우스가 지역에도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게스트하우스는 모르는 여러 사람이 같은 방에서 잠을 잘 수도 있고 독립된 방을 이용할 수도 있다. 취사시설, 화장실, 샤워룸 등은 공동으로 사용한다. 민박과 비슷하지만 외국인이 주요 고객이란 점에서 차이가 있다. 배낭여행족에게는 호텔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 다양한 국적의 여행객들과 어울리면서 살아있는 여행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큰 인기다. 대구에는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전후해 등장, 현재 5곳이 운영되고 있으며 '대박'을 터트린 근대골목투어 등에 힘입어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다.

외국 여행객들을 위한 이색 서비스도 등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헨리스는 미국이나 유럽 관광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전거 인력거를 운영하고 있다. 성인 두 명이 앉을 수 있는 인력거를 자전거로 끄는 형태다. 뙤약볕을 가려주는 차양도 갖춰져 있다. 이용 비용은 10분에 5천원(투어는 2인 기준 1시간에 5만원).

자전거 인력거는 이동수단을 넘어서 문화 전도사 역할도 한다. 약령시와 이상화 고택, 계산성당, 경상감영공원, 북성로 일대를 돌면서 입담 좋은 지역 토박이 청년들이 영어로 가이드를 해준다. 필리핀에서 4년 넘게 공부했다는 인력거꾼 윤상규 씨는 "골목골목을 누비면서 대구의 숨은 역사와 문화, 맛집에 대한 정보를 이야기해주면 반응이 아주 좋다"며 "사람의 힘으로만 움직이는 느림의 미학을 체험하면 대구에 대한 좋은 추억이 오래가지 않겠느냐"고 했다.

◆공단'대학가 등에는 외국인 특수

대구에는 외국인을 주요 고객층으로 설정한 서비스기업이 아직 활성화돼 있지는 않다. 카지노 등 일부 특수업종이나 외국인이 직접 운영하는 음식점'카페 등을 제외하면 외국인 고객 비중은 대체로 낮다. 그나마 외국인들이 많이 밀집해 있는 지역에는 외국인 특수가 어느 정도 존재, 지역 경제에 도움을 주고 있다.

대구 달성군 화원'논공읍 일대에서 주로 운영되는 '아리랑 호출택시'는 많게는 하루 100여 건 가까이 외국인들의 콜을 받는다. 전체 건수의 20% 정도다. 주요 이용 고객은 중국과 베트남'캄보디아 등 동남아 국가에서 온 달성공단 근로자들이다.

특히 이들은 주말이나 명절'연휴가 되면 구미'울산 등지에 있는 친구를 만나러 장거리를 다녀오는 경우가 많아 택시기사들로부터 '엘리트 고객' 대우를 받는다. 평소에도 논공읍에서 대구 도심까지 이용하면 4만원 정도가 나온다. 이 회사 우종률 본부장은 "벌써 15년 정도 외국인 근로자들을 상대해 언어 소통이 어느 정도 가능한데다 한국어를 모르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행선지를 메모해서 다녀 소통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며 "달성공단에서 일하는 외국인이라면 한 번쯤 이용해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가도 외국인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다. 대학 관계자들에 따르면 외국인 재학생의 수는 경북대 1천400여 명, 영남대 1천300여 명, 계명대 1천여 명, 대구대 650명 정도이다. 출신 국가도 중국'일본'베트남 등 동아시아 지역은 물론 미국이나 유럽 및 중동 지역 등 40여 개국으로 다양하다.

대학 캠퍼스 내에 있는 여행사들에는 이들 학생과 외국인 교수들이 주요 고객이다. 겨울방학을 앞둔 요즘이 귀국편 또는 배낭여행 항공권을 찾는 수요가 몰릴 때다. 계명항공여행사 안성언 대표는 "인터넷을 통해서도 항공권을 살 수 있지만 좀 더 저렴한 티켓을 구입하기 위해 찾는 학생들이 꽤 있다"며 "방학 때 귀국하지 않는 외국 학생들을 위한 국내 여행상품도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외국인이 대구에서 생활하면서 갖는 가장 큰 불만은 무엇일까? 외국인들과 친분이 두터운 이들은 이에 대해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줄 공연이 극히 제한돼 있다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수만 명에 이르는 지역 외국인들에게 공연장의 문턱을 낮추려는 노력이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일부 외국인들은 아예 스스로 공연팀을 만들어 동료 외국인과 한국인 앞에 서기도 한다. 한국어 강좌 수강 등을 위해 매주 원어민 교사'학원 강사'미군부대 장병 등 200여 명이 모이는 대구YMCA는 '글로벌 빌리지' 프로그램을 통해 외국인들의 동아리 활동을 지원한다. 현재 연극팀인 '대구 시어터트룹', 브라질 전통무술팀인 '카포에라', 타악기 공연팀인 '모듬북' 등이 이곳에서 연습하고 있다. 연극팀 공연에서는 한국 관객들을 위해 한글 자막을 제공하기도 한다.

구은정 대구YMCA 사회교육팀장은 "마땅히 즐길 문화가 없는 탓에 많은 젊은 외국인들이 대구 동성로 일대 클럽에서 시간을 낭비하면서 외국인의 이미지를 나쁘게 하곤 한다"며 "대구시가 외국인들을 위한 지원센터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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