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지역사회단체들은 단카이세대(1946~49년생)들의 정년을 기다렸다. 이들이 은퇴하면 지역사회의 리더가 돼 엄청난 지역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잔뜩 기대를 했다. 단카이세대들은 전쟁과 데모를 경험한 세대라 문제의식이 투철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드디어 2007년, 기대는 완전히 무너졌다. 그들은 65세까지 직장을 다녔으며 은퇴 후에는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직장의 네트워크가 없어지자 그들은 나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다며 하루 종일 집에만 있었던 것이다.
일본 노인의 사회참가는 매년 줄어들고 있다. 2010년 일본 고령사회백서를 보면 이웃과의 교류는 갈수록 적어지고 있다. 이웃과 친하게 지낸다는 응답은 1988년 64%에서 2008년 43%로 줄어들었다. 그 대신 간단한 인사 정도만 나눈다는 사람은 31%에서 51%로 늘었다. 인사는커녕 교류조차 없다는 응답도 6%로 나타났다.
1년에 3만2천 명이 아무도 모르게 임종을 맞는 '고독사'가 많은 나라 일본. 그들은 노인의 외로움과 소외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지역네트워크와 커뮤니티에 주목하고 있었다.
◆스포츠동아리를 이용하라
여기서도 남자가 문제였다. 노인의 자살이나 외로움을 풀기 위해서는 집안에만 있는 은퇴자를 집 밖으로 끌어내는 것이 최대과제였다. 그 방법으로 스포츠동아리가 적격이라는 연구에 따라 이를 활용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었다.
도쿄 립교대학 부근 축구동아리의 지역공동체화 과정을 살펴보자. 우선 지역복지단체에서 이 동아리를 만나 친밀감을 유지하는 것이 첫 번째 단계다. 어느 정도 관계가 형성되면 이들에게 동네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치는 교실을 열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한다. 동아리들은 의논을 거쳐 한 달에 한 번씩 지역의 초등학생들에게 축구지도를 할 것을 결정한다. 축구를 가르치면서 동아리 회원 중 교사출신인 후지모토(68) 씨는 아이들에게 축구 외 수업지도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의사인 요시이(70) 씨는 스포츠로 인한 부상 방지법에 대한 강의를 시작했다. 이 소식을 들은 복지단체에서는 다른 스포츠동아리에도 부상방지에 대한 강의를 해줄 것을 요청했다. 결국 축구동아리를 통해 동네 아이들과 이웃 스포츠동아리까지 관계를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 이를 통해 동아리회원들은 더 많은 네트워크를 가지게 되었고 나아가 축구경기장에 대한 관심까지 불러와 스스로 경기장을 청소하고 돌보는 일까지 하게 됐다.
동아리 회원인 후지모토 씨는 "스포츠동아리 활동이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게 됐다. 처음에는 약간의 부담으로 시작된 네트워크가 점차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감은 물론 보람까지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자체가 앞장서다.
전체 단카이세대의 10%가 거주하는 도쿄의 경우, 늘어나는 건강한 노인을 지역 활성화 사업의 주체로 참여시키기 위해 협의회를 조직하는 등 다양한 지원책을 강구하고 있었다.
#사례1=도쿄의 코토우(江東)구는 '시니어세대 지역활동 지원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단카이세대가 그보다 나이 많은 시니어세대의 복지시설과 자원봉사단체 NPO 등을 방문하여 1일 체험을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좀 더 지역사회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프로그램 중 하나다. 더 나아가 이들이 지역사회의 노인케어인력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노노케어의 전문화 교육도 실시하고 있었다. 또 이곳에서는 월 1회 단카이세대 남성들의 요리교실이나 산책 자원봉사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었다.
#사례2=도쿄도 다치카와(立川)시 오야마 단지는 공동체 활성화로 각종 상을 받은 마을이다. 이중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가까운 이웃집' 작전이다. 이웃에 우편물이 쌓이는 등 이상이 감지되는 경우 자치회에 꼭 연락하도록 하는 시스템으로 이웃에 대한 관심을 가져보자는 취지다. 신문배달원이나 수도'가스검침원에게도 정보 제공을 의뢰해 보다 다양한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가까운 이웃집 작전은 마을에서 1년에 3~4명의 고독사가 발생하자 이를 막아보려 만든 것이다. 2003년 시작해 이 제도를 시행하고부터 마을에서 고독사가 사라졌다고 한다. 물론 리더들은 은퇴자들이다.
#사례3=도쿄도 미나토(港)구는 비즈니스계의 중심이고 또한 지역주민들이 교육수준이나 생활수준이 타지역에 비해 높은 지역이다. 이에 맞춰 은퇴 후 생활지원을 위해 주민욕구 맞춤형으로 하고 있었다. 은퇴자를 일자리가 필요한 그룹과 여가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그룹으로 나누어 각자의 노후생활에 맞는 프로그램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마음을 터놓는 상담원' 제도는 홀몸 고령자 가정에 구청 사회복지사 10명이 돌아가면서 예고 없이 방문, 고충을 들어주고 필요한 복지 서비스를 추천하고 있다. 구내 홀몸 고령자 6천 명 중 간병보험이나 배식 등 복지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4천 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2011년에 도입해 좋은 성과를 얻고 있다.
#사례4=도쿄도 신주쿠(新宿)구의 '고령자 상담 카페'는 병이나 외로움을 겪는 고령자들이 가볍게 들러 상담할 수 있는 장소다. 고령자들의 인적 교류를 촉진하고 서로 도울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특히 비영리단체인 '자립지원센터-고향회' 등과 구청이 연계해 2013년 설립했다. 고향이 같은 사람끼리 모여 지역색을 나누고 서로 옛 추억을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정신적인 위로와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제도로 소개하고 있었다.
일본 도쿄에서 김순재객원기자 sjkimforce@naver.com
@취재후기: 일본은 '마츠리'의 나라다. 지역축제인 '마츠리'를 빼고는 일본의 일상을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처럼 마을을 중심으로 결속력이 강했던 일본도 10여 년 이상 경기 침체가 장기화 되자 마츠리도 줄어들고 지역공동체도 무너졌다. 노인들의 빈부 격차도 엄청나게 벌어졌다. 자연히 고독사도 늘어났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대학과 지자체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생각한 것이 지역공동체의 부활이었다. 은퇴 후보다 더 아름다운 노후를 위해, 외로운 죽음을 막기 위해 지역공동체의 역할과 의미에 다시 주목한 것이다. 공동체 조성의 한 방법으로 스포츠에 관심을 가진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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