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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의 窓] 우승보다 값진 준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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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보다 값진 준우승.'

정상에 오르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을 했지만 석패했을 때,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도 묵묵히 최선을 다했지만 역부족일 때 주로 표현하는 말이다.

한때 스포츠를 담당했던 필자는 이런 수식어를 기사에 자주 썼던 기억이 난다. 경주 연고의 한국수력원자력축구단이 프로축구 전 단계인 내셔널리그 준우승을 차지했다. 한수원은 시즌 성적 4위로 플레이오프전에 진출해 강호 창원시청과 인천 코레일을 차례로 꺾고 챔피언 결정전에 올랐다. 결정전에서 울산현대미포조선을 상대로 사력을 다했지만 1무1패로 져 2위에 만족했다. 올 시즌 정규리그 1위로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한 울산은 통산 네 번째 종합우승을 차지한 우리나라 실업축구 최강자이다. 한수원이 이런 강호와 거의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니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이런 한수원 축구단이 경주 연고라는 것을 아는 지역민들은 그리 많지 않다. 축구와 향토 스포츠에 관심이 있는 시민들만이 겨우 이 같은 사실을 알 정도다. 한수원 축구단은 올 1월 대전 연고에서 한수원 본사 이전지인 경주로 연고지를 확정했다. 대전 연고로 활약했던 팀을 경주로 이전하는 데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특히 대전에서는 지역 국회의원들을 동원해 연고지 이전에 극렬 반대를 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최양식 경주시장과 송재철 한수원 전무이사, 지역의 체육인 등이 발벗고 나섰다.

'한수원 본사가 경주로 이전하는 마당에 축구단을 대전에 둔다는 것이 맞지 않다'며 설득에 나서 연고지 이전이 결실을 맺었다.

축구단의 이전은 향토 체육의 많은 부분을 긍정적으로 바꿔놓았다. 하위권을 맴돌던 향토 축구가 각종 대회에서 상위권에 랭크됐다. 축구의 경기력이 수직 상승한 것이다. 시'도 간 경쟁을 펼치는 전국체육대회에선 경북에 많은 점수를 벌어들였다. 특히 엘리트 축구선수들의 연계 육성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경주에서는 유소년 축구대회인 화랑대기축구대회가 매년 열려 수많은 꿈나무가 배출됐지만 정작 지역의 엘리트 선수 양성은 뒷전이었다. 한수원 축구단을 계기로 지역에서 초'중'고'대학과 실업팀의 연계 육성이 이뤄져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먼저 초등학교 축구는 기존의 입실초등학교에 이어 흥무초등학교와 안강 산대초등학교 등이 축구부를 창단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여기에 중학교와 고등학교 대학교에 팀이 만들어진다면 바람직한 연계 육성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향토 체육에선 그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경주에 화랑대기축구대회와 한수원축구단을 유치하면서 축구에 대한 인프라는 만들어졌다는 분석이다. 이제 지역민들이 향토 축구단에 대한 아낌없는 사랑을 보낼 때다.

경주'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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