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시즌 프로축구 최대 화제는 포항 스틸러스의 패스 플레이를 앞세운'스틸타카'였다. 포항은 올 시즌 개막에 앞서 그룹의 예산 절약 방침에 따라 외국인 선수를 두지 않기로 했다. 포항 황선홍 감독은 일찌감치 용병을 포기하고, 터키 해외 전지훈련에서 지난해 신인왕 이명주 등 기량 있는 선수들을 혹독하게 단련시켰다. 1일 울산과의 최종전에서 후반 추가시간에 결승골을 뽑아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포항의 포기를 모르는 끈기와 황 감독이 3년간 다진 조직력이었다. 중상위권 전력으로 꼽힌 포항은 이를 바탕으로 올해 2관왕에 오르며 국내 무대를 평정했다.
반면 포항과 나란히 터키 전지훈련을 다녀온 대구FC는 용병 때문에 시즌 내내 애를 먹었다. 브라질에서 용병 2명을 영입, 터키 전지훈련에 데리고 갔으나 이들은 부상과 적응력 부족으로 제대로 팀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이들이 사실상 전력 밖의 선수가 되면서 대구는 포항과 재계약하지 못한 아사모아를 부랴부랴 영입했다.
아사모아는 그나마 주전으로 활약했지만, 브라질 용병 2명은 전반 13라운드를 넘기지 못하고 교체됐다. 13라운드까지 대구의 성적은 5무8패로 참담했고, 당성증 감독은 8라운드 후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후반 라운드에는 교체 용병 레안드리뉴와 산드로가 투입됐지만, 이들은 기량만큼 팀에 녹아들지 못했다.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는 올 시즌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대구FC는 창단 후 줄곧 용병에게서 답을 찾으려 했지만, 이는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박종환 감독 시절에는 용병을 잘 뽑아 득을 봤지만, 갈수록 용병 농사는 흉작이었다.
또 다른 대구FC의 시행착오는 어렵게 키운 스타플레이어를 끊임없이 팔아먹은 것이다. 구단 운영비를 마련한다는 마케팅 명분으로 간판선수들을 다른 팀으로 이적시켰다. 홍명보호에서 국가대표로 활약한 이근호(상주 상무)와 하대성(FC서울)이 대표적이다.
이근호는 2007'2008년 대구의 간판 공격수로 맹활약한 뒤 J리그로 이적했으며 2012년 울산 현대로 유턴한 후 올 시즌 상무에서 복무하고 있다. 대구는 이근호의 이적료를 받아 챙겨 운영비에 보탰다. 공격형 미드필더 하대성도 2006~2008년 대구서 기량을 꽃피운 후 2009년 모기업이 튼튼한 전북 현대로 이적했다. 올해도 대구는 카타르 리그에서 복귀한 국가대표 출신 중앙 수비수 김기희를 운영비 마련을 위해 전북 현대에 내줬다. 지난해 대구에서 11골을 넣은 공격수 송제헌도 올 시즌을 앞두고 전북 유니폼을 입었다. 오장은'홍순학(수원 삼성)도 대구 출신으로 국가대표를 역임했다.
이 같은 일은 2부 리그로 강등한 처지라 더 악화될 수 있다. 올 시즌이 끝난 현재, 기업구단들이 예년처럼 공격적인 선수 영입 움직임을 보이지 않지만, 대구의 핵심 선수들은 여전히 기업구단의 표적이 된 상태다.
따라서 대구는 이른 시일 내에 코칭스태프를 안정시켜 선수들의 동요를 막아야 한다. 비록 결과가 나빠 2부로 추락했지만, 대구는 성장 잠재력이 풍부한 기대주들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축구 전문가들은 대구가 용병 없이 유망주들을 중심으로 조직력을 가다듬으면 2, 3년 내에 1부 리그로 승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용병은 우승을 노릴만한 전력을 갖춘 후 정상 도전을 위해 영입할 필요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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