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금주의 정치 이슈] 국정원 개혁 방향, 여야 아전인수

특위 구성 합의는 했지만…셈법 다른 여야 계속 충돌

국회는 5일 여야가 합의한 국가정보원개혁특위 구성을 의결했다. 특위 위원장은 민주당 정세균 의원이 맡고, 위원은 여야 동수로 7명씩 하기로 결정했다. 지루하던 대치 정국을 정상화로 이끈 국정원개혁특위가 가동됐지만 여야의 셈법이 달라 출발부터 난항이 예고된다.

◆여야의 다른 개혁 방안

우선 국정원 직원의 정부기관 출입 통제를 놓고 여야의 견해가 다르다. '국정원의 정부기관 출입을 통한 부당한 정보활동을 금지한다'는 합의문의 해석을 여야가 달리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새누리당은 '부당한'이라는 단어에 방점을 찍고 있다. 대공 첩보활동을 위한 기관 출입을 완전히 막아선 안 된다는 것이다.

황우여 대표는 "혹여라도 정치 관여를 막는다는 미명 아래 대공정보전의 수족을 끊어내 대공전선의 혼란이나 약화를 초래하는 교각살우의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고 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도 "특위 활동은 결코 국가 안보가 저해되거나 대공 수사가 축소되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될 것"이라며, "대(對)테러 능력과 해외 및 북한 정보 수집 능력은 확실하게 강화하는 방향의 국정원 개혁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반해 민주당은 '금지'라는 표현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정부기관 출입을 원천적으로 막아 정치 개입과 민간인 사찰 등을 못하게 하자는 주장이다. 국정원의 국내 파트 폐지를 골자로 하고 있는 것이다.

민병두 전략홍보본부장은 "국내정보관(Information Officer'IO)이라는 명칭으로 관공서, 언론사, 기업 등을 드나들며 정보수집 활동을 벌이는 국정원 직원의 출입을 금지하는 것일 뿐 아니라 IO 자체를 폐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에 대한 국회의 예산통제권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기존의 국정원 예산 총액뿐 아니라 세목별 예산을 다 들여다본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예산총액을 더 꼼꼼히 따진다는 뜻이라고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새누리당'대구 북을)은 "국가정보기관이 공작'정보활동을 차질 없이 수행하기 위해 정보 역량 및 수단 보호가 필요하며, 정보 예산은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며 민주당의 해석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세부적 예산이 공개되면 국정원의 조직, 인력, 정보활동 방식 등 정보 역량과 수단이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다.

국회 정보위를 상설 상임위로 바꾸는 문제도 쟁점이다. 민주당은 정보위를 해외 선진국 수준의 독립적 상임위로 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새누리당은 "정치권 내 일부 종북세력이 노리는 대로 국가안보기관이 국회 특히 야당 눈치만 보고 할 일을 제대로 못 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면서 맞서고 있다.

국정원, 군 등의 사이버심리전 활동을 엄격히 규제하겠다는 방침과 부당한 정치 관여 행위를 하급자가 거부할 수 있도록 한 점, 정치 관여 행위에 대한 내부고발자의 신분 보장 등도 논란의 대상이다.

◆장성택 실각설도 아전인수

북의 '장성택 실각설'도 여야가 아전인수(我田引水)격 해석을 통해 국정원 개혁 방안과 연결시키면서 국정원개혁특위 정상 가동에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장성택 실각→강경파 득세→국정원의 대공수사 축소 불가'의 논리를 펴고 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5일 최고위원회에서 "장성택은 북한 내에서도 개혁'개방을 주도한 인물로, 실각이 사실이라면 강경파가 전면에 나서 공포정치와 대남 선전선동을 강화할 것"이라며 "북한 내 권력 다툼으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안보에 저해가 되거나 대공 수사가 축소되는 방향으로 (국정원 개혁이) 가도록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은 장성택 실각설에 대한 정부의 혼선이 오히려 안보불안 심리를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여기엔 국정원의 '숨은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장성택의 소재를 알고 있다"는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발언과 "소재를 알고 있지 않다"는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엇갈린 발언을 문제 삼아 정부가 설익은 정보를 흘리고 있는 이유는 국면 전환에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백군기 민주당 원내부대표는 "국정원이 장성택 실각 가능성을 발표해 마치 북한의 급변 가능성이 있는 듯 온 나라가 이틀간 들썩였다"며 "정보기관이 특정한 목적을 갖고 정보를 공개해 오히려 안보 불안을 조장했다"고 비판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여야가 합의를 통해 국정원개혁특위를 일단 가동은 시켰지만 국정원 개혁 방안에 대해 해석과 접근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어 합의점에 도달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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