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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학의 시와 함께] 우리 몸속에 마을이-김수우(19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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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집 한 채였다

길이 생기고, 길목에 다시 한 채의 집

송장메뚜기가 살았다, 길이 나고 집 한 채

말없는 이모와 우산풀이 살았다

길이 나고 집 한 채, 집집마다 창이 나고

창문마다 무명 실타래 같은 길이 났다

그때부터 솔방울 하나도 집이 되었다

솔잎 하나가 집으로 가는 길이 되었다

내 몸속에도 이제, 마을이 생기려는가

배추밭 푸르고 징검돌 놓이고 장날이 서려는가

어느 날 소나무 숲 천천히 걸어 나오려는가

서로 기대야만 겨울강 흐르고

함께 마주 보아야 봄눈 내린다며

몸 안의 하늘, 전깃줄을 타고 흔들리는데

창마다 불빛이 들어온다

내 몸속에도 이제, 마을이 생기려는가

-시집 『당신의 옹이에 옷을 건다』(시와시학사, 2002)

소통, 언제부터 이 아름다운 말이 선거 용어로 전락해버렸는지 모르겠다. 선거 전에는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은 이 말을 지금은 귀를 씻고도 찾을 길 없다. 서로에게 길을 내어 서로 오가는 것이 자유롭고 걸림 없는 것이 소통 아닌가. 있는 길도 막고 치고 아낌없이 없애가는 형국이다. 막장 먹통이다.

'집 한 채'와 '집 한 채' 사이에 이어진 길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이어진 길이다. 관계를 배우고 서로 오가며 집 한 채와 한 채가 어울려 이웃이 되고, 이웃과 이웃이 마을이 되고, 마을과 마을, 나라와 나라, 그리하여 온전한 그 무엇이 되려는 마음이 이 시에 자리 잡고 있다. 외로워서, 쓸쓸하여서, 서러워서 이렇게 서로에게 길을 내고 창을 내며 살아가면 세상이 조금은 따뜻해지지 않겠는가. 뭐,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우선은 자신에게, 그것도 아주 간절하게.

길, 처음 길은 낸다고 한다. 그다음은 닦고 넓히고 하는 것이다. 알다시피 길을 관리하는 최선은 오가는 것이다. 그것을 일러 소통이라 한다. 시의 오랜 명제다. 시에 자주 등장하는 그리움과 기다림도 다 여기에서 파생된 마음결이다. 작금, 집과 집 사이에 길을 내는 것처럼 서로의 마음과 마음에 길을 내는 모습이 희귀한 시절이다. 내 말이 '응사'의 윤진이 말마따나 '루돌프 녹용 자르는 소리'는 아닐 터이다.

시인 artand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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