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창시절 책 한 권 남기셨습니까?

대구 학생들의 책쓰기는 자신을 돌아보고 꿈을 구체화하는 과정이다. 대구 학생 저자들의 책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2013 책축제'가 20~22일 대구학생문화센터에서 열렸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대구 학생들의 책쓰기는 자신을 돌아보고 꿈을 구체화하는 과정이다. 대구 학생 저자들의 책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2013 책축제'가 20~22일 대구학생문화센터에서 열렸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책쓰기는 꿈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책쓰기 활동은 1년 동안 학생 개개인이 자신의 흥미, 적성, 소질, 취미, 희망 진로 등에 맞춰 주제를 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자료를 수집, 연구한 뒤 자신만의 책을 완성해나가는 프로그램이다. 책 읽기에서 시작해 직접 책을 쓰는 것으로 발전한 이 프로그램은 어느새 전국이 주목하는 대구 교육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책쓰기 활동을 통해 탄생한 학생 저자만 4만여 명. 정식 출판돼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책도 79권에 이른다. 책쓰기 활동의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2013 책축제'가 20~22일 대구학생문화센터에서 열렸다. 책축제 현장과 함께 눈에 띄는 활동을 펼친 성산고등학교 책쓰기 동아리를 소개한다.

◆'책으로 만나는 학생들의 꿈' 책축제 현장

20일 오후 대구학생문화센터 실내체육관. 124개 초'중'고교 책쓰기 동아리가 저마다 부스를 만들고 그동안 활동한 결과물을 선보이고 있었다. 대구시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정식 출판된 책 외에도 각 학교가 개별적으로 펴낸 책도 함께 전시됐다. 특히 초교 책쓰기 동이리들의 부스는 알록달록 다양한 색깔로 꾸며져 눈길을 끌었다. 이곳을 찾은 초교생 꼬마들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부스를 살펴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교사들이 쓴 책도 눈에 띄었다. '이야기되는 생명과학 연구회'의 '이야기되는 생명과학' '교사 스토리텔링 연구회'의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로 푸는 수업' 등 다양한 주제의 책이 관람객의 시선을 끌었다.

송현여고 책쓰기 동아리 '책담세'(책으로 담아내는 세상)는 다양성과 공존의 질서를 주제로 한 소논문 모음집을 내놨다. 책담세 소속인 2학년 이다형'이다정 양과 1학년 김재은'곽규연 양은 함께 몰려다니며 다른 학교의 작품을 둘러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김재은 양은 "전교생이 1인 1책쓰기를 한다는 성산고의 활동이 인상 깊었다"며 "다음번에는 나도 좀 더 잘해야겠다는 욕심이 생긴다"고 했다. 이다형 양은 "책쓰기는 자신의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기회"라며 "장래 무엇을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는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책쓰기 활동을 하면서 인공위성을 개발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고 했다.

대구자연과학고 책쓰기 동아리 '자글자글'은 '동감'이라는 제목으로 시와 사진을 함께 엮은 책을 선보였다. 동아리 이름은 '자신을 담는 글, 자연을 닮은 글'을 줄여 지은 것. 10명의 동아리 회원들은 일상 속에서 느낀 감상을 시로 적었고 아름다운 풍광을 담은 사진도 담아 시중 서점에서 판매해도 손색이 없을 만한 책을 만들었다.

'자글자글'을 지도한 김묘연 교사는 "책쓰기 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크고 작은 마음의 상처를 털어냈다"며 "글을 계속 쓰고 고쳐 나가면서 아이들의 성격이 밝아지고 생각이 깊어지는 등 한결 성숙해졌다는 걸 느낀다"고 했다.

이튿날 오후 찾은 행사장에도 관람객의 발걸음은 이어지고 있었다. 각 부스에서 설명을 들으면 주는 스티커를 2장 모은 이들은 상서고 학생들이 한쪽에 마련한 임시 카페에 들렀다. 이곳에선 스티커를 받고 따뜻한 커피와 차, 팝콘 등을 제공했다.

'책 만들기 체험실'에선 초교생들이 성인 손바닥 크기의 미니북에다 손으로 자신의 소망 등을 적은 뒤 작은 종이가방에 담고는 신이 나 부모 품으로 뛰어갔다. 체험을 도운 다사초교 박소윤 사서교사는 "책 전시 외에도 인형극, 마술공연, 책 만들기 체험 등 다양한 행사를 풍성하게 마련돼 아이들이 더욱 즐거워했다"고 했다.

시교육청은 내년 학생과 교사 중심의 책쓰기 활동을 가족 책쓰기로까지 확대하고 인문학을 주제로 한 책쓰기 활동도 펼칠 계획이다.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은 "학생들이 자신의 꿈과 희망을 적어 책을 내면서 성취감과 자존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책쓰기 활동을 통해 더 행복해지길 기원한다"고 했다.

◆'책쓰기는 나를 알아가는 과정' 성산고의 책쓰기 활동

성산고(교장 박희보)는 책쓰기 활동을 가장 열심히 하는 곳 중 하나다. 성산고의 책쓰기 활동은 크게 두 가지로 전개된다. '1인 1책쓰기 활동'은 전교생이 참여하는데 매주 정규 국어 시간에서 1시간씩 할애해 각자 정한 주제에 맞춰 작은 책자를 만들고 있다.

지난해 만들어진 책쓰기 동아리 '몽쉘'은 별도로 책쓰기 활동을 진행한다. '몽쉘'은 한자 '꿈 몽(夢)'에다 '나누다'라는 의미를 가진 영어 단어 'share'를 합성해 붙인 것이다. 현재 동아리 학생 수는 20명. 2학년 1명과 19명의 1학년들로 구성됐다.

몽쉘 학생들이 이번 책축제에 내놓은 책은 'I dreamed a dream'과 '부대찌개' 등 2권. 'I dreamed a dream'은 학생들이 자신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에세이 형식으로 적어 내려간 것이다. '부대찌개'는 성장 소설, SF 소설 등 다양한 유형의 소설을 한데 버무린 책. 마치 다양한 식재료가 어우러져 묘한 맛을 내는 부대찌개와 비슷하다는 생각에 지은 이름이다.

1학년 정수진 양은 '부대찌개'에 'Because I love you'라는 로맨스 소설을 실었다. 상상을 보태 아버지와 어머니의 젊은 시절 연애담을 재구성한 글이다. 가왕(歌王)이라 불리는 가수 조용필의 히트곡을 글 곳곳에 소재로 사용, 이야기를 펼쳐나갔다.

"중학교 때 경험했던 책쓰기 활동은 너무 힘들어 다시 할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생각을 글로 옮기는 게 어렵다는 걸 실감한 데다 시간도 많이 빼앗긴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책을 완성한 뒤 맛보는 뿌듯함을 잊지 못해 다시 뛰어들었습니다. 역시 완성한 책을 보니 고생한 보람이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날아갈 것 같아요."

'부대찌개'에 실린 소설 '우유 도둑'은 최예원(1학년) 양의 작품. 고아인 고교생이 어려운 경제적 형편과 친구들과의 갈등 등으로 힘겨워하다 우유를 훔치는 등 일탈 행동을 하게 되지만 결국 세상과 화해하는 과정을 그린 것이다. 예원 양은 벌써 내년에 쓸 글에 대해 구상 중이다.

"내년에는 미래의 제 모습에 대해 써보고 싶어요. 꿈을 정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것들을 준비해나가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꿈을 실현하게 되는지 구체적으로 쓰다 보면 진로를 확실히 정하는 데 도움이 되겠죠."

'몽쉘'을 이끄는 김은숙 교사는 올해 책쓰기 활동을 할 여건이 한결 좋아졌다고 했다. 지난해만 해도 방과후 시간에 동아리 활동을 하다 보니 학생들이 학습 시간을 빼앗긴다며 부담을 갖기도 했는데 올해는 매주 수요일 5, 6교시에 전체 학생이 동아리 활동을 하도록 정해진 덕분이다. 책을 쓰는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보다 교과 공부를 할 시간이 적어진다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된 것이다.

"책쓰기 활동이 단순한 글쓰기가 아니라 꿈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아이들끼리 서로 배워가는 과정을 보면 흐뭇합니다. 앞으로도 아이들이 풍부한 감성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자극을 주고 싶어요."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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