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린이집 학부모 '크리스마스 근심'

"산타가 나눠줄 선물 직접 골라 보내라"

4살 난 딸을 둔 주부 박모(33'여'대구 북구 침산동) 씨는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어린이집으로 보낸 딸 걱정으로 하루를 보냈다. 지난주 어린이집에서 보낸 크리스마스 행사 관련 알림장 때문이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열리는 '산타할아버지 선물 나눠주기' 행사에 사용될 선물을 학부모가 직접 보내라고 적혀 있었던 것. 박 씨는 "딸이 좋아하는 캐릭터 장갑을 보냈는데 다른 집은 주방놀이 같은 커다란 선물 상자를 보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딸 선물이 다른 친구들과 비교될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일부 어린이집 크리스마스 선물 준비로 학부모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구지역 일부 어린이집에서 크리스마스 행사 선물을 학부모에게 직접 준비해줄 것을 부탁해 남모를 고민에 빠진 것. 선물의 종류나 가격, 크기 제한은 없다. 크기와 가격에 제한을 둔다 하더라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자녀 선물을 두고 묘한 신경전이 벌어진다. 혹시나 자녀의 선물이 다른 아이들과 비교될 수 있기 때문이다.

5살 된 아들을 둔 주부 김모(35'여'대구 동구 신천동) 씨는 "아이들은 크기가 클수록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법 큰 장난감 자동차를 선물로 보냈다"며 "신경 써서 보냈지만 혹시 아들이 다른 친구들 선물을 보고 상처받진 않을까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어린이집으로부터 선물 반품 요청을 받은 경우도 있다. 간식 상자를 준비한 주부 한모(34'여'대구 달서구 감삼동) 씨는 최근 어린이집에서 온 전화를 받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씨는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간식을 상자에 한가득 담아 보냈는데 어린이집에서 로봇이나 인형을 받는 다른 친구들과 비교될 수 있으니 다시 보내달라고 말했다"며 "모든 어린이들이 축복받아야 하는 날에 선물을 빌미로 차별받는 것 같다"고 불쾌해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아이가 두 명인데 선물과 간식까지 보내달라고 해서 너무 부담스럽다', '어린이집에서 똑같은 걸로 준비해서 아이들이 비교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등 어린이집 크리스마스 선물 고민에 빠진 학부모들의 글과 댓글이 줄을 이었다.

크리스마스 선물에 대한 학부모 부담이 커지자 최근 크리스마스 선물 행사 방법을 바꾼 어린이집도 있다. 대구 서구의 한 어린이집은 각자 집에서 보낸 선물을 받았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어린이집에서 직접 마련한 머리띠와 아이들 사진으로 꾸며진 2014년 달력을 선물하기로 했다. 학부모들의 반응도 좋다. 이곳 어린이집 한 학부모는 "작년에는 선물 크기 제한이 있었는데도 주변에서 큰 선물을 보내 걱정이 많았다. 올해는 어린이집에서 아이 얼굴을 담은 선물을 보내준다고 하니 아이도 좋아할 것 같고 나도 걱정을 한시름 덜었다"며 반가워했다.

학부모에게 받은 선물을 친구들이 다 같이 있는 어린이집에서 받지 않고 집집마다 배달해서 따로 주는 경우도 있다. 대구 수성구의 한 어린이집은 선물 종류를 책으로 통일했다. 이곳 어린이집 손진 원장은 "아이들은 부피가 큰 선물을 받으면 본인이 착한 일을 많이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선물 크기가 각각 다르면 아이들의 마음이 다칠 수 있다"며 "이번 행사가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기호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고 아이들에게는 멋진 추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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