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달구벌 시계탑 몇 시를 가리키고 있는가

도대체 달구벌의 시계탑은 지금 몇 시를 가리키고 있는가.

공동사회에서 힘을 측정하는 주요 지표는 인재와 재정이다. 오늘날 달구벌은 이 점에 있어서 무척 취약하다. 외적으로, 세계화 시대, 정보화 사회 또는 융복합 기술 시대를 맞아 한국 사회는 세계 유례없는 급격한 수도권 집중화 현상으로 재편되었다.

내적으로, 우리 지역은 산업생산 동력이 퍽 허약하다. 지역 재정 경제의 견인차였던 섬유산업과 주택건설회사의 쇠퇴와 도산으로 이 겨울이 오기 훨씬 전부터 경기(景氣)는 얼어붙었다. 쌀독에서 인심 나고, 가난이 싸움이라고 했던가. 그 탓인지 인심도 갈라져 극심한 이기심 속에 관용과 상생을 잊어버린 지 어느덧 오래다.

어떻게 할 것인가. 늦었지만 해결책은 있는가? 먼저 고질투성이 달구벌에 대한 정확한 종합 진단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일은 늘 그래 왔던 것처럼 정형화된 컨설팅 회사에만 의뢰하지 말고, 이 지역의 생생한 현장성을 담아 낼 수 있도록 깊이 탐색하고 다양한 의견을 모아야 할 것이다. 진단의 주체로서 민과 관, 그리고 학계 등이 총망라된 실직적인 비상대책위원회를 하루빨리 발족시키자. 이 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현실을 보태지도 빼지도 말고 냉정하게 대차대조표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에게 타산지석이 될 나라 안팎의 다른 지역도 두루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제대로 된 진단이 나오면 내일의 로드맵을 짜고 우리 모두가 손잡고 온 힘을 다해 함께 뛰어야만 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노력이 병행되면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첫째, 달구벌은 보수의 장벽을 넘어 시대에 맞게 변해야만 한다. 보수성은 전통적인 가치관과 정체성을 지킴으로써, 조변석개하는 현 세태에 소중한 한 덕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변화를 두려워하며 현실에 안주, 배타성, 혹은 소위 출세한 출향 인사에 대한 맹목적 기대감 등 보수의 부정적인 측면은 과감히 벗어던져야 한다. 한 기업인이 얘기한 '아내와 자식 빼고는 모두 다 바꾸라'고 한 절박함이 바로 우리 코앞에 와 있다. 이미 1800년대 영국의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이란 책에서 우수한 종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고 환경에 잘 적응하여 변화하는 종이 생존한다는 생의 법칙을 발표한 바 있다.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해서는 소통과 협력에 기반을 두어야 하겠지만, 매년 실시간으로 공표되는 지자체나 대학 등 공동체의 평가 지표에 많은 해답이 있다.

둘째, 달구벌은 공간상으로 세계, 그리고 시간상으로 미래와 소통해야 한다. 공간상으로 우리는 분지 속에 갇혀 있으므로 바닷길을 뚫고 하늘길을 열어야 한다. '달구벌은 세계로! 세계는 달구벌로!' 달구벌이 인적, 물적 허브가 되기 위해서는 더 큰 바닷길도 열어야겠지만, 무엇보다도 남부권 신공항이 하루빨리 건설되어야 한다. 신공항의 유치는 닫힌 달구벌을 여는 첫걸음이며, 경제 문화 교육 등에 대한 상징성과 효율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시간상으로 우리의 시계탑은 어제 시점에 멈추어 있으므로 대종을 쳐서 달구벌을 흔들어 깨워야 한다.

달구벌이 어떤 곳인가. 어둠 속에서 나라를 찾기 위한 국채보상운동의 불꽃이 여기서 점화되었고 가난을 뿌리치기 위한 새마을운동이 첫 삽을 떴다. 자고로 우리나라를 이끌어온 가장 많은 지도자와 인재를 배출한 곳이다. 일찍이 항일시인 백기만은 '삼남의 제일 웅도 나라의 심장'으로서 '세계에 자랑하던 신라의 문화, 온전히 이어받은 우리의 향토, 그 문화 새로 한 번 빛이 날 때 정녕코 온 누리가 찬란하리라'고 예언하지 않았던가.

함인석/경북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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