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뜸들이다, 서두르다…때 놓친 대구 문화행정

시향 지휘자 결론 미적, 오페라재단은 무리한 강행

대구시의 앞뒤 없는 행정이 연말과 새해 지역 문화계를 혼돈으로 몰아넣고 있다. 대구시에서 중요한 사안의 결정을 제때 내려주지 않아서다. 번듯하게 지어 놓은 극장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않고, 새로 출범한 재단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못할 상황마저 우려된다.

대구시는 대구시민회관 상주 단체인 대구시립교향악단의 지휘자 선임 문제에 대한 결론을 아직 내지 못하고 있다. 내년도 공연 일자만 잡아놓은 채 아무런 일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가 현 곽승 상임지휘자의 임기 재연장과 신임 지휘자 공모 중에서 어느 쪽을 택할지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이 나야 객원지휘자 선임 문제와 함께 공연 레퍼토리를 선정하고, 협연자를 구하는 등 향후 절차가 진행될 수 있지만 대구시는 말이 없다.

곽승 지휘자는 올해 9월 말 임기가 만료됐으나 6개월을 연장해 내년 3월 31일까지 계약 만료기일을 늘렸다. 1년도 아닌 6개월만 임기를 연장한 배경은 '대구시민회관 개관' 이벤트 때문이었다. 시향의 수장이 자리를 비워선 안 된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지역 문화계 일각에서 곽승 지휘자의 연장 가능설이 대두되면서 상황이 복잡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9월에는 교체를 염두에 둔 것이었지만, 대구시가 정작 이제 와서는 '숙고하고 있다'는 불분명한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재)대구오페라하우스(이하 오페라재단)의 경우는 서둘러서 탈이 난 경우다. 대구시가 오페라재단 출범을 너무 서두른 탓에 내년도 오페라 공연은 물론이고 가을에 열린 오페라축제까지 지장을 받게 된 상황이 빚어진 것. 연내 오페라재단 출범을 위해 오페라축제 기간 중에 이사회를 열어 무리하게 대표 선임을 강행한데다, 핵심 보직인 예술감독 선임마저 늦어지면서 내년도 프로그램이 모두 공백으로 남아있는 상태다. 지역 음악계에서는 "차라리 기존 축제조직위가 내년도 프로그램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한 뒤 내년 3월쯤 재단 설립과 대표 선임에 들어갔으면 재단이 연착륙하기가 수월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터져 나오고 있다.

안재수 신임 대표 역시 비상상황임을 인정하며 "사실상 오페라 제작을 총괄할 예술감독이 없는 상태에서 작품 결정을 할 수도 없다"며 어려움을 하소연했다.

하지만 예술감독이 온다고 해서 당장 내년 일을 수습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한 오페라 관계자는 "예년 같으면 오페라축제가 끝남과 동시에 다음번 축제에 출연할 해외팀이 섭외가 끝났을 테지만, 올해는 재단 설립을 둘러싸고 결정권자가 불분명한 상황이어서 미국과 터키 등 교류를 약속했던 팀들조차 모두 계획을 철회했다"며 "내년에는 예년과 같은 풍성한 레퍼토리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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