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비싼 유치원 졸업앨범 '울며 겨자 먹기'

7살 아들을 둔 이모(42'대구 동구 신서동) 씨는 최근 유치원에서 받은 졸업앨범 안내문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유치원 졸업앨범 비용이 무려 9만원에 달했던 것. 학사모 사진이 담긴 액자까지 구입하면 비용은 12만5천원으로 뛴다. 첫째 아이 유치원 졸업 때와 같이 앨범과 액자를 모두 구매하고 싶었지만 비싼 가격이 발목을 잡았다. 결국 고민 끝에 액자는 포기하고 앨범만 사기로 결정했다. 이 씨는 "졸업식 날 다들 한 손에 졸업앨범을 들고 나오는데 우리 아이만 빈손으로 나오게 할 순 없다. 액자는 아들이 많이 아쉬워해서 따로 사진을 인화해서 액자에 담을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대구지역 일부 어린이집'유치원 졸업앨범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 학부모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졸업앨범 가격은 어린이집과 유치원마다 다르지만 비쌀 경우 10만원을 훌쩍 넘어선다. 여기에 졸업사진을 담은 액자까지 추가하면 3만~5만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 평균 3만~5만원하는 대구지역 초'중'고교, 대학교 졸업앨범보다 최대 3배까지 비싼 셈이다.

모든 어린이집과 유치원 졸업앨범 비용이 비싼 것은 아니다. 졸업앨범 구성'재질과 원생 수, 액자 유무 등에 따라 가격은 3만원부터 10만원 이상 등 천차만별이다.

대구지역 한 유치원 졸업앨범 제작 업체 관계자는 "이미지 사진, 학사모 사진, 단체 사진 등 사진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와 원생 수가 몇 명이냐에 따라 가격이 크게 바뀐다"며 "사립일수록 유치원 이미지 등을 고려해 고급으로 만들려는 경향이 있어 단가가 높다"고 했다. 졸업앨범 비용이 8만원이 넘는 대구의 한 사립유치원 관계자는 "우리 유치원 졸업앨범은 다른 유치원과 달린 사진이 더 선명하고 앨범 재질이 훨씬 좋다. 가격이 비싼 대신 학부모에게 앨범 구매 선택권을 드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선택권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지갑을 열기가 부담스럽지만 졸업식 날 빈손으로 돌아올 아이 모습을 생각하면 학부모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졸업앨범을 구매할 수밖에 없다는 것.

6살 딸을 둔 김모(33'여'수성구 신매동) 씨는 최근 딸의 어린이집 졸업앨범 비용으로 8만원을 지불했다. 졸업앨범 재질, 구성 등에 따라 4'6'8만원 중 선택할 수 있었지만 처음 하는 졸업식인 만큼 가장 좋은 것을 해주고 싶었다. 김 씨는 "비싸지만 같은 반 친구들이 다들 좋은 것을 구매하는데 우리 아이만 싼 것을 할 순 없었다"며 "비싼 곳은 18만원까지도 한다고 들었다. 거기에 비하면 여기는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졸업앨범 비용이 부담스러워 결국 구매를 포기한 학부모도 있다. 둘째 아들의 유치원 졸업을 앞둔 박모(35'여'달서구 상인동) 씨는 첫째와 둘째 모두 유치원 졸업앨범을 사지 않았다. 졸업앨범에 액자까지 구매하면 12만원. 박 씨는 "앨범을 가지고 있으면 좋지만 10만원이 넘는 금액을 주고 사기에는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대구교육청 창의인성교육과 유아교육담당 관계자는 "유치원은 학부모와 교원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에서 졸업앨범 비용과 구성에 대해 결정한 뒤 학부모들에게 통보하고 있다"며 "유치원은 원생 수가 초'중'고교에 비해 적고 활동사진들이 많다 보니 아무래도 가격이 좀 더 비싸게 책정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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