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심산의 '반 귀거래사'…낙향한다고 잊혀지리오 조국의 참담함 읊은 시

반귀거래사는 심산이 도연명의 귀거래사를 차운하여 지은 시다. 도연명이 시골로 돌아가 전원생활을 즐기는 것과는 달리 심산은 고향에 돌아왔으나 조국의 현실을 끝내 잊지 못하는 심정을 읊었다. 심산의 삶의 궤적을 엿볼 수 있는 시 반귀거래사의 전문을 소개한다.

'돌아갈거나 전원이 이미 황폐한 데 어디로 돌아가나. 조국 광복에 바친 몸 뼈가 가루 된들 슬플까 만은 모친상 당하고도 모른 이 마음 되돌리지 못할 불효 눈물에 우네. 이역만리 갖은 풍상 다 겪으면서 나날이 그르쳐가는 대업 탄식하다가 문든 크디 큰 모욕을 받아 죄수의 붉은 옷 몸에 걸치니 고생을 달게 받아 후회 없지만 행여 도심 쇠해질까 걱정했노라. 쇠사슬에 묶여 눈앞에 두고도 못 가던 고향 앉은뱅이 되어서야 옥문 나서니 쑥밭 된 집안 남은 거란 없어 농사 아니 지으니 무엇 먹으며 빚을 수도 없는 술 어찌 마시리. 친척들도 그 모두 굶주리는 꼴 솟구치는 눈물에 얼굴 가리고 아내도 집도 없어진 지금 어느 겨를 일신의 안정 꾀하리. 음험하기 짝이 없는 못된 무리들 고향에도 날뜀을 봐야 했어라. 해방되어 삼팔선 나라의 허리 끊고 그 더욱 슬프기는 동족을 죽인 무덤 더욱이 안타깝긴 모략 받아 죄 없이 죽어간 사람들 하늘 우러러 하소연하기로니 그 누가 돌아오리. 아, 죽어가는 병든 이 몸 아무리 둘러봐야 한 치의 땅도 없네. 돌아갈거나 돌아가 세상과의 연 끊을거나 세상 멸시하는 것 아니지만 부귀영화 네 뜻 아니어라 몸은 늙었어도 마음은 아직 창창해 나랏일 안타깝네. 옛 일꾼들 불러 봐도 오지 않으니 서녘들에 밭갈 일 누구와 상의하리. 물결에 몰아치는 바람 사나워 외로운 배 노마저 꺾이었구나. 저기 저 치솟은 건 무슨 산인고 머리 두고 내가 죽을 고향쪽 언덕. 강대를 그리면서 못 가는 세월 물같이 흐름은 빠르기도 해라. 안타까이 청천 냇물 손을 떠들며 목 늘여 어정이노니 늘그막에 편히 좀 쉬었으면 싶어도 비웃고 조롱하는 나쁜 무리들 내 고향에 머물지 못하게 하니 아, 어찌 마음 조여 갈 곳 몰라 하는고. 남북을 가르는 흑풍 회오리 화평을 이룩할 기약도 없네. 저기 저 사이비 군자들 맹세코 이 땅에서 쓸어버리리. 길에서 죽기로니 무슨 한이랴 가만히 외어 보는 위후의 억시(나라가 망해가는 꼴을 안타까워하며 지은 위 무왕의 시) 백일 같이 밝은 이 마음 귀신에게 물어봐도 떳떳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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