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키다리 아저씨' 또 1억2천만원 기부

대구공동모금회 훈훈한 연말…"남몰래 선행" 3년 동안 총 3억6천만원

계사년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대구공동모금회)에는 따뜻한 기부의 손길이 물밀듯이 밀려들어 왔다. 2012년에 이어 '키다리 아저씨'로 불리는 익명의 고액기부자가 1억2천만원을 맡겼고, 삼익THK의 진영환 회장이 올해 20번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으로 가입했다. 또 삼성 라이온즈 류중일 감독이 2억원을 기부해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개인 기부액 역대 최고 금액을 기록했다. 착한 가게도 500호 점을 돌파했다.

12월 27일 오후 7시쯤 대구공동모금회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기부를 하고 싶다"며 "사무실 앞으로 잠깐 내려와 달라"는 내용이었다. 전화를 한 사람은 2012년 12월 26일 모금회 직원을 국밥집으로 불러내 1억2천여만원을 기부한 60대 남성이었다. 이 남성은 2012년 1월에도 대구공동모금회를 방문해 이름을 밝히지 않고 1억2천여만원을 기부해 '키다리 아저씨'로 불리던 남성이었다.

방성수 대구공동모금회 사무처장은 사무실 앞에서 키다리 아저씨를 만나 봉투 한 장을 건네받았다. 봉투 속에는 1억2천여만원 수표 한 장이 들어 있었다. 키다리 아저씨는 "이 돈이 대구의 소외된 이웃들에게 쓰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자리를 떠나려 했다. 방 사무처장은 키다리 아저씨에게 1억원 이상 고액기부자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 클럽에 가입할 것을 제안했지만, "남몰래 선행을 하고 싶다"고 거절하며 홀연히 사라졌다. 이번 기부로 키다리 아저씨의 기부누적액은 3억6천여만원에 이른다.

대구지역의 대표적 중견기업인 삼익THK의 진영환 회장은 대구의 20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으로 가입했다. 대구공동모금회는 12월 31일 오전 10시 대구공동모금회 회의실에서 진 회장과 조해녕 대구공동모금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아너소사이어티 20호 회원가입식을 열었다.

삼익THK는 1960년 창사 이후 꾸준히 성장해온 것이 대구시민의 사랑 덕분이라고 생각하며 이에 보답하기 위해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해 왔다. 2012년 이웃돕기 성금모금캠페인 공식파트너 기업으로 참여하며 이웃사랑 성금 1억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진영환 회장은 "현재 전국 17개 광역 시'도 중 하위권인 대구의 기부문화를 확산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소외된 이웃들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며 "우리나라의 나눔문화 상징인 공동모금회에 1억원을 기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삼성 라이온즈의 류중일 감독은 12월 30일 이웃사랑 성금 2억원을 대구공동모금회에 전달했다. 류 감독은 이달 초 소속구단인 삼성 라이온즈와 계약금 6억원, 연봉 5억원 등 3년간 총액 21억원에 재계약을 마쳤고, 이 가운데 2억원을 소외된 이웃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었다. 류 감독은 이로써 키다리 아저씨가 갖고 있던 역대 개인 최고 기부액 1억2천여만원을 훌쩍 넘기며 대구공동모금회 역대 최고 고액기부자로 기록됐다.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이 매출액의 일부를 기부하는 '착한가게'도 500호 점을 돌파했다. 달성군의 달성JC회원들이 운영하는 가게 14곳은 12월 30일 착한가게 500호 가입식을 열고 현판을 전달받았다. 서효성 달성JC회장은 "달성군의 소외된 주민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달성JC회원 중 가게를 운영하는 분들의 뜻을 모아 착한가게 가입을 결정했다"며 "착한가게 500호로 선정돼 매우 영광"이라고 했다.

대구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연말을 맞아 고액기부와 아너소사이어티, 착한가게 등 여러 경로로 나눔을 실천하려는 대구 시민들이 늘고 있어 뿌듯하다"며 "정성어린 성금이 소외된 이웃들에게 잘 전달돼 더 큰 꿈과 희망을 펼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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