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공계만 흔들어 놓고 끝난 의학전문대학원

41개 의대중 5곳만 유지, 이공계 인재 유출 줄잇고…농촌 공보의 부족도

기초의학 연구 활성화 등을 목적으로 2004년 도입된 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 제도가 사실상 실패했다.

올해 기준으로 전국에 있는 의대 41개교 중 5개교만 의전원 체제를 유지하기로 함에 따라 의전원을 밀어붙였던 정부의 계획이 우습게 됐다. 게다가 오락가락하는 정부 정책 탓에 이공계 대학생들이 의전원 준비에 목을 매는 등 여러 부작용이 현실화돼 득보다 실이 많은 정책이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최고의 과학 인재를 배출하는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에서도 학생들이 의전원으로 빠지고 있다. 카이스트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권은희 의원실에 제출한 '카이스트 연도별 인원 및 자퇴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0년 89명이 자퇴한 것을 시작으로 매년 70명이 넘는 학생들이 학업을 중단했다. 이 중 의전원으로 진학한 카이스트 학생은 2008년 34명에서 2013년 93명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권은희 의원은 "2012년 회계 기준으로 카이스트가 학사 과정 학생에게 졸업 전까지 평균 6천410만원의 학비를 국가 예산으로 투자했는데 이공계가 아닌 쪽으로 진로를 바꾸는 것은 국가 차원에서 큰 손실"이라고 지적했다.

경북대 생명공학부 김사열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이공계 종사자와 의사 대우가 얼마나 다른지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사회 시스템이 따라주지 않는데 이공계 학생들에게 '이공계에 남아서 왜 연구를 안 하느냐'고 나무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의전원 도입 이후 농'어촌 지역에는 공중보건의사(이하 공보의) 부족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대학원 체제가 되면서 입학 전 군 복무를 끝낸 남학생들이 많아진데다 의전원 전체 입학생 중 여학생 비율까지 늘면서 공보의가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기 때문.

경상북도에 따르면 2000년 121명이었던 치과 공보의 숫자가 2013년에는 67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경북도 보건행정과 김영길 주무관은 "치의학전문대학원 도입 뒤 치과 공보의들이 눈에 띄게 줄어 보건지소 여러 곳을 공보의 1명이 담당하며 출장 진료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정책에 떠밀려 의전원을 도입했던 지역 대학들도 의과대학 체제로 복귀하고 있다. 지역의 한 의대 교수는 "당시 정부가 의전원을 도입하지 않으면 로스쿨 인가도 안 해준다며 대학을 압박한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의대와 의전원을 병행했던 영남대는 의대로 교과 과정을 통합하기로 했고, 의대를 폐지한 뒤 의'치전원만 운영했던 경북대도 2015학년도부터 의예과와 치의예과 신입생을 모집한다.

영남대 이영환 의학전문대학원장 겸 의과대학장은 "학부 졸업 뒤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와서 의학 교육을 받는 것은 의전원의 장점이고 가장 이상적인 방향이다. 하지만 한 대학에서 두 개 학제를 동시에 병행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워 의대 체제로 통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기획취재팀=김수용기자 ksy@msnet.co.kr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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