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상백일장] 우리가족이야기- 나의 결혼 이야기

자랄 때는 집에 머슴이 있을 정도로 부유했고 아버지는 유독 둘째 딸인 나를 예뻐해 주셔서 어디든 나를 데리고 다니셨다. 위로 언니가 한 명 있어 시집을 갔는데 형부가 인물은 좋았지만 한량이라 언니 속을 얼마나 썩였는지 모른다. 속상한 부모님은 둘째 딸은 무조건 술, 담배 안 하는 착한 남자에게 시집을 보내기로 하셨다. 얼굴 한 번 안 보고 무조건 술, 담배 안 하는 성실한 지금의 남편한테 그 시절 지프를 타고 낙동강 다리를 건너 시집을 갔다. 시집을 와 보니 중매쟁이 말은 전부 거짓말. 새사람이 들어오니 여기저기서 빚쟁이들이 줄을 섰다. 받은 패물 한 번 껴 보지도 못하고 팔아서 빚을 갚고 송아지 한 마리를 샀다. 송아지를 키워 소가 새끼를 낳으면 팔아 논밭을 하나하나 장만했다.

남편은 키도 작고 체력이 약하고 술을 안 하니 큰 재미도 없고 난 늘 못마땅했다. 하지만 1남 4녀를 낳고 키우면서 큰 소리 한 번 내지 않어 하루 종일 농사일을 하고도 애가 울기만 하면 새벽에라도 아이를 업고 마당으로 골목으로 서성거렸다. 한결같이 끔찍이도 나를 아껴주었다. 육십이 넘어 운전을 배워 그야말로 나를 모시고 다닌다. 아이들이 엄마는 사모님이고, 아버지는 기사 같다고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다. 한평생 앞만 보고, 자식 사랑은 너무나 귀하고 유별나다. 다시 태어나면 엄마랑 결혼하겠느냐는 아이들 질문에 백번이고 다시 하겠다는 영감.

젊었을 때는 먹고살기 바빠 모르고 살았는데 지금은 뭐든지 내가 원하는 것은 다 해주는 영감 덕에 칠십을 넘긴 나이에도 행복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

유한희(대구 북구 관음동로)

◆지난주 선정되신 분은 김능수(안동시 제비원로) 님입니다.

◆'우리 가족 이야기' 코너에 '나의 결혼이야기'도 함께 싣고자 합니다.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사랑스럽거나 힘들었던 에피소드, 결혼 과정과 결혼 후의 재미난 사연을 기다립니다.

◆응모요령

▷지상 백일장:시·시조·수필·일기 등. 수필·일기는 200자 원고지 4, 5장 분량.

▷우리 가족 이야기:원고지 4, 5장 분량. 사진 포함.

▷보내실 곳: weekend@msnet.co.kr 또는 대구시 중구 서성로 20(700-715) 매일신문사 독자카페 담당자 앞. 문의 053)251-1784. ※2014년부터는 새로운 도로명주소로 기재해 주십시오. '우리 가족 이야기'에 선정되신 분과 '지상 백일장' 코너 중 1명에게는 소정의 상품을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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