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상백일장] 시2-가족

샤워를 마치고 수챗구멍을 보니

머리카락이 뒤엉켜 붙어 있다

몇백 년 전 미라처럼 척 달라붙어

존재를 확인하고 있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뿔뿔이 흩어져

제각각 침묵하며 지내온 시간

머리에서 빠져나간 머리카락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하고 있었다

폭폭 쏟아지는 물줄기를 받으며

가슴에 응어리진 말들을

풀어놓고 있었다

서로 상처를 어루만지며

지켜주기 위해 배수진을 치고 있었다

백미혜(대구 수성구 고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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