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태시집 오각의 방/ 김종태 지음/ 작가세계 펴냄
김종태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오각의 방'(세계사시인선 163)은 다양한 경험에서 우러난 진정성 있는 눈물의 흔적이 여러 곳에 배어 있다. 사라지는 것과 나타나는 것, 그 사이에서 파동하는 중음신을 대하듯 시인은 인간 존재가 지닌 생성과 소멸의 간극에 천착하면서 내면의 비극적 이미지를 실감 나게 형상화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이번 시집은 깊이 있는 사유의 형이상학을 보여주는 다소 난해한 작품들과 함께 빼어난 서정시의 품격을 보여주는 절창을 여러 편 수록하고 있다. 서정시의 정점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늦은 꽃'을 읽어볼 수 있다.
"늦은 손님을 대하듯 나는 물끄러미 앉아/꽃잎들이 물오르는 소리에 젖는다/천천히 취하려 애쓰는 이들을 생각하며/바삐 지나가는 발자취에 꽃 소식을 부친다/늦은 소식은 다시 소문이 될 터이지만/그늘에서 켜드는 꽃등은 외로이도 훤하다/먼저 간 꽃잎들의 흔적이 역력할 때/늦은 개화에 기댄 저 후생이 궁금하다"('늦은 꽃' 부분)
서울대 명예교수인 유안진 시인은 "김종태 시인의 시는 생성과 소멸의 간극에 대한 예리한 성찰을 보여준다"고 했고, 문학평론가인 유성호 한양대 교수도 "이 시집은 우리 삶의 불가피한 역설적 함의에 대해 집중적으로 사유하고 나아가 삶의 밑바닥에서 어김없이 소용돌이치는 심미적 격정들을 형상화한다"고 했다.
1971년 생으로 김천 출신인 김종태 시인은 199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다. '정지용 시 연구'로 고려대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은 정지용 전문가다. 현재는 호서대학교 한국어문학부 문화콘텐츠창작 전공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전통과 현대를 결합시킨 정지용 시인처럼 서정과 모던, 그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은 채 이 두 요소를 동시에 포용하려는 자세가 돋보인다. 160쪽, 9천원.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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