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학 전형 가운데 학생들이 가장 대비하기 어려워하는 것이 학생부 중심 전형이다. 수능이나 논술, 학생부 교과 경우 평가 방법이 정해져 있고 결과도 예측할 수 있지만 학생부 중심 전형은 합격한 학생도, 불합격한 학생도 명확한 당락 이유를 알지 못하는 게 보통이다.
흔히 과거에 합격한 학생들이나 언론 보도, 입시기관들의 분석 등을 근거로 내신성적과 교내외 수상 실적이 합격 이유라고들 한다. 그러나 이와는 다른 결과도 주위에 쉽게 보이기 때문에 성공 요소를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대학들이 이 전형의 세부 선발 기준이나 방법, 합격 이유 등에 대해 설명하지 않는 점도 답답함을 더한다.
대학 입장에서는 굳이 이런 내용들을 밝힐 필요가 없다. 설명하려고 해도 수능이나 논술처럼 점수를 기계적으로 평가하는 게 아니라 해마다 다른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모든 사항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기준이나 방법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학생부 종합 전형의 세부 내용에 대한 분석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우선 대학들은 학생을 평가할 때 학생이 생활한 학교를 고려한다. 고교 서열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의 지역 환경, 신입생 선발 방법, 교육과정 등을 감안한다는 얘기다. 같은 노력을 했다 해도 학교 차이에 따라 각기 다르게 평가받을 수 있는 셈이다.
특히 각 학교가 운영하는 교육과정은 학생을 평가하는 데 핵심적인 요소다. 학교가 얼마나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했는지, 학생은 그에 맞춰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지에 따라 학생의 진로에 대한 열정이나 잠재력, 자기주도성 등은 확연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 입장에선 학교생활을 충실히 하고 자기소개서 등 서류와 면접을 열심히 준비하면 되지만, 학교를 놓고 보면 교육과정의 다양성과 충실성도 당락을 좌우하는 요소가 되는 것이다.
정시모집에 맞춰 수능 중심의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수시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학교는 공부도 하지 않고 시험에서 좋은 성적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학생과 다를 바 없다. 한 술 더 떠 수능에 나오지 않는 과목을 개설해두고 실제로는 수능 수업을 하는 학교도 있는데, 입학사정관들의 분석이나 면접 과정에서 쉽게 들통이 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학교에 대한 불신이 생길 경우 지원 학생은 말할 것도 없고 후배들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학생부 중심 전형에서 학생 개인의 우수함만으로 합격하기는 한계가 있다. 학생들이 자기소개서 작성에 정성을 쏟듯 학교도 학생부, 자기소개서 내용이 풍성해질 수 있도록 수능 중심 교육과정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다양성을 빛나게 하는 교육과정, 방과후학교를 어떻게 운영할지 고민해야 한다.
김기영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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